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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레임덕?…"2년이나 남았다" vs "2년밖에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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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레임덕?…"2년이나 남았다" vs "2년밖에 안 남았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12> MB가 '힘'을 잃지 않으려면

대통령 중심제가 실시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현직대통령이 대선에서 지는 경우,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국정정체상태가 온다. 기간이 3개월이다. 이때의 현직 대통령을, 기우뚱거리며 걷는 오리에 비유해 일컫기 시작한 게 '레임덕'(lame duck)이란 말이다.

근래에는 임기가 3개월 이상 남았더라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상황에 처할 때, 미국 사람들은 레임덕이란 용어를 그대로 쓴다. 한국에서도 나머지 임기가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임기 종료를 앞둔 대통령의 권력누수 현상'을 레임덕이라 부른다.

최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나머지 임기와 그 레임덕에 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MB의 임기는 2008년 2월 25일부터 2013년 2월 24일까지 5년이다. 금년 2010년 8월 하순이 반환점이고, 지금은 그 반환점을 돈지 4개월이나 지난 시점이다. 단순계산으로 따지자면 그의 남은 임기는 26개월, 아닌 게 아니라 레임덕 이야기가 나올 때도 됐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다른 변수가 없다고 쳐도 그의 나머지 임기는 26개월이 채 못 된다. 다음 대통령 선거일이 MB의 임기가 끝나기 2개월여 전인 2012년 12월 19일이기 때문이다. 다음 대통령 당선자가 나오는 그날 이후 67일 동안 MB는 별로 할 일도 없고, 그가 그렇게 좋아하는 '힘'도 쓸 수 없게 될 것이다. 요컨대 MB의 남은 임기는 2010년 12월 17일을 기준으로 할 때 '2년하고도 사흘'이 된다. "2년이나 남았다"거나 "2년밖에 안 남았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MB의 레임덕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다. 허나 대체적으로 6·2 지방선거에서의 한나라당 참패를 '분명해진 발원점(發源點)'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간 "잔말 말고 따라오기나 하라"던 MB정권 오만에 대한 준엄한 경고의 신호였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지방선거후 한 달도 안 된 6월 29일,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었다. 대통령의 '힘'은 또 한번 빠졌다. 의원 275명이 출석한 표결에서 수정안은 찬성 105 반대 164 기권6표로 거부됐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 172명이나 되는데도 그랬다. '친박의 반대쪽 가세'로 그리됐다하나, 어찌됐건 MB의 레임덕은 본궤도에 오르는 양상이었다.

뒤를 이어 연평도 사태를 겪으면서 '확전자제'와 '북한의 공격징후 8월보고' 소동이 불거졌다. 또 '힘'이 빠졌다. '4대강'과 '형님'과 '영부인'을 우선 챙기느라 허둥댄 '허겁지겁 예산파동'도 그의 '힘'을 빼는데 힘을 보탰다. 동료 국회의원을 주먹으로 후려팬 폭력의원에게 "애썼다"고 격려전화를 걸면서 스스로 또 힘을 뺐다. 검찰의 권력을 장기 두듯 활용해온 '검찰정치'도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기여'를 했다.

요새 여당 내부에서조차 이런저런 이야기가 쏟아지는 것도 그의 레임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MB의 지지율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원인을 MB쪽에서 찾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야당 쪽을 들여다보면 해답은 금방 나온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요코하마에서 <동아일보>와 회견하면서 레임덕에 관한 '견해'를 이야기했다. "국정과제를 어떻게 '마무리'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거부감을 표시한다. "아직 '마무리'할 단계는 아니고…"라고 했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는 사람이 레임덕하고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건(레임덕은) 정치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시대 이야기"라고 주장한 그는 "나는 권력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힘'을 가지고일하지 않는 사람이 '힘'빠질 일이 뭐 있느냐"고 했다. 거짓말이다. 단언컨대 그는 독재시대 못지않은 막강한 '힘'을 탐닉(耽溺)한 대통령이다. 그 강한 '힘'을 계속 움켜쥐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은 대통령이다.

"'방송장악'은 사실이 아니라"고까지 말했다. 국민을 그렇게 우습게보면서도 "역사상 국민의 변화를 거스를 권력은 없다"고 '태연히' 말했다. 촛불시위때 무릎을 꿇은 '쓰라린' 기억 때문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지닌다. 마음껏 '힘'을 구사하기 위해, 그가 먼저 언론의 멱살을 움켜잡고 일을 시작한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의 최시중 씨는 '공신(功臣)중의 공신'이다. 뭇매질로 방송을 제압했고, 종편이란 당근으로 조중동을 평정했다. 최근 유명을 달리한 리영희 선생은 "타락한 보수언론과 이명박 권력이 화간(和姦)하는 모습"이라 개탄했다. '조갑제닷컴'의 대표 조갑제 씨도 "이명박 대통령만큼 신문과 방송의 보호를 받은 역대 대통령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래서 MB의 힘은 거칠 것이 없었다.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 빌딩 건설은 롯데그룹의 숙원 중의 숙원사업이었다. 높디높은 빌딩을 올리는 게 롯데의 꿈이었다. 관청으로부터 그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YS대통령 때는 YS아들(현철 씨)의 장인을 롯데월드 사장에 모시기까지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과도한 높이가 문제였다. 성남 공군비행장에서 이착륙하는 군용기의 안전이 문제였다. 그리고 그것은 국가안보차원의 문제이기도 했다.

공군은 물론 보수 세력들이 그토록 반대하던 그 '높은 빌딩'이 최근 건축허가를 받았다. MB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부터 '힘'으로 밀어부쳤다. '허가'를 반대하던 공군 참모총장이 임기가 7개월이나 남았는데 경질되기도 했다. 1994년 롯데가 처음 신청했던 건물높이는 376m였다. 그러나 이번에 허가가 난 건 높이 555m의 123층짜리 빌딩이다. 화상을 입을 정도로 화끈하게 봐준 것 같다.

롯데 측은 공군기의 이착륙 안전을 위해 기지 내 활주로를 3도쯤 틀어, 새로 건설해주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유사시 전투기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이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전투기가 고층빌딩과의 충돌 같은 것에 신경을 써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휴전선 이남의 가장 북부에 자리한 공군기지에서 공군기들의 기동이 그렇게 옹색스러워야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MB의 '힘'은 세다고들 했다.

말썽 많은 4대강 사업도 거의 MB혼자의 '힘'으로 밀어부쳐온 것을 모르는 사람 거의 없다. 그 거센 '힘'을 보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조심'을 한다. 혹시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몰라서인지, 찬반의사 표시도 주저하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국회의원들이 바로 코앞에서 '무더기 압수수색'을 당하는 것도 보았고, 다음 총선에서 '공천탈락'같은 복병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리수'로 드러나고 있는 예산파동에서도 그런 '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분명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아직 '윗선'이 드러나지 않은 대포폰 게이트도 그 '힘'에 얽힌 비극이다. MB나 측근 '힘'의 비호없이 그처럼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별로 없다. 그런 일은 얼마든지 더 일어나게 돼 있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법이나 원칙보다 앞서가는 그 '힘'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힘'을 잃지 않기 위해 요즘 많은 '힘'을 쓰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게 노심초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무리해서 그냥 '힘'만 쓴다고 될 일도 아니다. '힘' 안 들이고도 '힘' 빠지지 않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런 방법이 있다.

골프를 할 때 어깨와 팔의 힘을 빼고 치면 공이 훨씬 더 멀리 날아간다. 바로 그렇게 하면 된다. '힘'을 잃지 않으려면, 그래서 레임덕 때문에 고생하지 않으려면, 먼저 스스로 '힘'을 빼는 게 중요하다.

정직해지는 것이 '힘'을 빼는 거다. 겸손해지는 것이 '힘'을 빼는 거다. 그러면 '힘'을 잃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힘'이 더 생겨날 수도 있다. 국민들 느끼기에 임기가 2년'이나' 남을 것인지, 2년'밖에' 안남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MB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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