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끝난 8일 저녁 공개한 공동언론발표문에는 미국산 무기 '구매 리스트' 등 향후 우리 정부가 지갑을 열어야 할 항목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열됐다.
발표문은 우선 국방·방산 분야에서 양국 정상은 첨단 군사자산의 획득과 대한민국 및 주변지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 배치 확대를 통해 한·미 동맹의 방위태세와 능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주한미군 관련 공평한 비용 분담이 바람직함을 인식하면서"라는 단서를 토대로 "다가오는 방위비 분담 협상 등을 통해 동맹의 연합방위태세와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부터 새롭게 적용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분담금 증액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우리 정부의 방위비 분담 수준과 관련해 "합리적 수준의 분담"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상당한 규모의 국방 예산 증액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증액된 국방 예산은 F-35A 합동타격전투기, KF-16 전투기 성능개량, 패트리어트 PAC-3 성능개량, AH-64 아파치 대형공격헬기, 글로벌호크 고고도 정찰용 무인기, 이지스 전투체계 등 미국 무기 체계를 구매하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새롭게 추가되는 군사자산 획득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합하면 미국산 무기 구매 비용이 더 늘어나게 된다. 전날 청와대는 핵추진 잠수함과 최첨단 정찰자산을 문재인 정부의 추진 사업으로 언급했다.
발표문은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의 첨단 정찰체계를 포함한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과 개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제·통상·투자 분야에선 한미 FTA 개정이 명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상당한 규모의 대한 무역 적자를 감소시키고, 더욱 확대되고 균형되며 상호 호혜적인 무역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미 FTA를 균형되게 조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양국 정상은 경제, 통상 및 투자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하는 한편 통상담당관리들에게 조속히 개선된 협정을 체결하도록 지시했다.
이와 별도로 42개 한국 기업들이 향후 4년(2017년~2021년) 간 총 173억 달러 상당의 64개 사업을 미국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24개 한국 기업들은 228억 달러 상당의 에너지 관련 구매를 포함한 총 575억 달러 상당의 미국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구매 계획도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는 한편, 탄두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2017 개정미사일지침을 채택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미국과 동맹국들을 방어하기 위해 핵과 재래식 전력 등 미국의 모든 범주의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억제력 및 방어력 향상을 위해 일본과의 3국간 안보 협력을 진전시켜 나간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정부가 최근 중국 측에 밝힌 3불 원칙 중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와 충돌하지 않도록 "3국 간 안보 협력"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군사 동맹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미일 공조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미국 측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양국 정상은 이를 위해 한미일 3국간 미사일경보훈련 및 대잠수함전 훈련을 계속하고 정보공유를 확대하며 공동 대응 능력을 증진시켜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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