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오늘, 세월호 사건과 유사한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또다시 발생할지 모른다. 이러한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은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인 타그리소의 건강보험 적용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1000여 명의 말기 폐암 환자들이다.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는 이레사·타세바 등과 같은 기존의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EGFR T790M 변이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효능이 검증된 3세대 표적항암제다.
작년 5월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시판된 타그리소는 약값이 28정 1팩에 평균 1040만 원으로 최근까지 고가약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8월 3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했고, 지난 8월 14일부터 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협상 마지막 날인 10월 13일 협상이 중지된 후 10월 20일 재개되었다가 다시 협상이 10월 20일 중지되고 11월 7일 마지막 약가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오늘 11월 7일은 타그리소의 마지막 약가협상일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타그리소와 비교하면 작용기전과 전반적인 효능은 거의 동일하지만 뇌전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측면에서는 타그리소에 비해 효능이 더 좋거나 동등하다는 근거가 아직은 부족한 한미약품의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도 타그리소와 동일한 기간 동안 약가협상이 진행되었다. 올리타는 4주 140만 원 수준에서 지난 10월 13일 약가협상이 타결되었다. 조만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서면심의와 보건복지부의 고시가 완료되면 건강보험 적용이 되어 해당 환자들은 올리타 약값의 5%에 해당하는 7만 원을 4주치 약값으로 지불하면 된다.
정부는 작년 3월 2일 '국내 개발신약 약가우대' 정책과 7월 7일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정책'을 연달아 발표하였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수혜 국내개발 신약이 한미약품이 개발한 '올리타'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올리타 약가협상 시 국내개발 신약에 주어지는 각종 약가 우대정책을 모두 포기하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파격적인 수준의 약값을 제시해 협상을 완료했다.
한미약품의 '올리타'에 대한 보건복지부 고시가 이루어져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타그리소'는 현재 약가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은 '올리타'가 대체약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이 약가협상 시 '올리타' 약값을 참조하지 않을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타그리소 약가협상이 결렬되어 다시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와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이 진행되면 그때는 올리타가 대체약제가 되기 때문에 위험분담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4주 약값 140만 원 이하로 약가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적용이 불가능해진다.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높은 약값을 받아야지 이후 다른 나라에서도 높은 약값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아스트라제네카가 현재 비급여 한달 약값으로 1040만 원을 받고 있는 타그리소를 4주 140만 원인 올리타 수준으로 약값을 대폭 인하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결국 이번 11월 7일 타그리소 약가협상이 결렬되면 타그리소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 등재는 불가능해지고, 해당 환자들은 매달 1040만 원을 지불하고 타그리소를 사 먹어야 한다.
이러한 고액의 비급여 약값을 감당할 수 없는 가난한 말기 폐암환자들은 상당수 사망할 것이고, 고액의 약값을 지불하고 치료받는 환자들도 상당수 재난적 의료비 부담으로 계층 하락을 할 것입니다. 이러한 불행한 상황을 막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타그리소가 건강보험 급여화에 실패하고, 고액의 비급여로 남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일명,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반하는 것이다. 돈이 없어 죽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도록 병원비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한 이유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다. 풍전등화에 있는 말기 비소세포폐암 환자 1000여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가 이윤 때문에 이들을 사지로 내 몬다면 이는 대량학살과 다름없다. 11월 7일 마지막 약가협상을 남겨 놓은 건강보험공단과 다국적 제약사는 이들 말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죽이는 약가협상이 아닌 살리는 약가협상을 꼭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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