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의 무역이 공정하지 않다"며 직설적으로 동맹국을 향한 통상 압력의 포문을 열었다. 방한 일정을 하루 앞두고 그의 이번 순방 목적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오전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미‧일 기업 경영자 대상 간담회에서 "우리는 공정하고 개방된 무역을 원하지만 지금 우리와 일본의 무역은 공정하지도 개방돼 있지도 않다"며 "지금 우리와 일본의 무역은 자유롭지도 상호 호혜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미국에 수백만 대의 일본산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지만, 미국은 사실상 일본에 차를 팔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일본에게) 수년간 막대한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미일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며 "양국 모두에 공정하고 사실상 더 나은 무역 협정과 개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관해 결과적으로 자신이 옳았음이 증명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TPP보다 거대한 무역을 하겠다. 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무역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의 통상 전략에 찬물을 끼얹은 발언이다. 일본은 미국이 지난 1월 탈퇴를 선언한 이후에도 11개국과 TPP 조기 발효를 추진하며 미국의 TPP 복귀를 요구해왔다. 미국의 직접적인 시장 개방 압력에 노출되는 FTA보다 다자간 체제가 자국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TPP 복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히며 미일 FTA 추진을 시사함으로써 일본 정부로서는 난처한 처지가 됐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올해 700억 달러(약 78조6800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미 FTA 개정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에게도 통상 압력의 예고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북한 문제 해결이 큰 목표지만 더 큰 목표는 공정한 무역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북한발(發) 핵‧미사일 위기를 오히려 한‧미‧일 동맹의 지렛대로 삼아 통상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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