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백승덕 씨의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백 씨의 소견 발표와 함께 그의 결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백승덕 씨의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프레시안 |
병역 의무를 신성시하는 한국에서, '병역 거부'는 곧 감옥에 갇히고 평생 전과자로 낙인찍히는 삶을 의미한다. 백 씨도 처음부터 양심적 병역 거부를 결심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그의 대학 동아리 선배인 고동주 씨가 병역 거부를 선언하고 옥살이를 지낸 과정을 지켜봤던 그였다.
그러나 '국가 권력의 폭력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국 백 씨를 병역 거부의 길로 이끌었다. 가톨릭 신자인 백 씨에게, 지금의 한국 사회는 예수의 가르침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탄압당하고 가진 자의 이익만 보장되는 세상"이었다. 올해 용산 참사와 쌍용차 사태를 지켜보면서, 그는 이러한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병역 거부'를 선택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고통 분담은 가난한 이들에게 전가되고 폭력은 약자에게 분풀이처럼 행해진다"며 "언제나 위기를 변명삼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탄압하는 것에만 열심인 국가 권력의 모순을 고발하고자 병역 거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대체 복무 약속 뒤엎은 이명박 정부…"지금은 '민주주의 역주행' 시대"
▲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백승덕 씨. ⓒ프레시안 |
한 교수는 이어서 "노무현 정부 당시 약속된 대체 복무제 시행을 현 정부는 헌신짝처럼 던져버렸다"며 "실용을 중시한다는 이명박 정부가 매년 5000여 명의 젊은이를 감옥에 보내면서 '민주주의 역주행'의 길을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2007년 9월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 복무를 허용하고 2009년 1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으나,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대체 복무제를 '전면 유보'한다고 발표했었다.
40년 전, 백 씨와 마찬가지로 국가 폭력과 전쟁에 반대하며 군 입대를 거부했던 한 신부의 지지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미국 출신으로 1970년대부터 한국에서 목회 활동을 벌여온 하유설 신부는 "당시에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양심에 따라 용기를 낸 결과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며 "희망과 용기를 갖길 바란다"고 백 씨를 독려했다.
▲ 하유설 신부. ⓒ프레시안 |
한편, 지난해 촛불 집회 진압을 거부하며 양심 선언을 했던 이길준 씨도 서한을 보내 백 씨의 결정에 지지의 뜻을 전했다.
이 씨는 "날로 엄혹해지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이 청년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어떻게 대치와 경쟁을 부추기며 전시 상황을 만들어 가는지 주시하자"고 말했다. 이 씨는 2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 여주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병무청에 입영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백승덕 씨는 이제 경·검찰의 소환 조사와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백 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며 "앞으로 부과되는 법적 책임에 대해서 피하지 않고 떳떳하게 대응하겠다"면서 "이 기자회견을 끝으로 더 이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젊은이들이 감옥에 가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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