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표결 없이 박근혜 제명"…친박 반발 불보듯

"예정대로 3일 최고위서 박 전 대통령 제명"

자유한국당이 폭풍전야를 맞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오는 3일 예정대로 최고위원회를 열되, 최고위원들의 표결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친박근혜계 최고위원들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홍준표 대표는 전날 초선 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한 데 이어, 2일에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재선 의원들과 점심 식사를 했고, 이날 저녁에는 다선 의원들과 만찬하며 '친박 청산'의 당위성에 대해 설득하고 다닐 예정이다.

이날 재선 의원들과 오찬 자리에서 홍준표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표결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최고위원들에게) 명확히 밝힐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청산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친박 청산은) 새로운 보수 우파 정당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홍준표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려면 최고위원회 의결이 필요한지 여부를 두고 친박계와 해석 싸움을 벌여왔다. 홍준표 대표는 "탈당 권유 징계를 받으면 10일 이내에 자동 제명 처리된다"고 규정한 당헌당규를 들어 최고위원회 의결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김태흠 등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제명하려면 최고위원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다른 규정을 들고 맞섰다.

이러한 가운데 홍 대표는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주장대로 최고위원회를 열기는 하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탈당 안건을 보고만 받고 '의결' 없이 바로 출당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들과 한 오찬에서는 "당내 문제는 최고위원들과 합의해나가겠다"고 달래기에 나섰지만, 태도를 바꿨다.

홍준표 대표는 3일 예정된 최고위원회를 미루자는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요구도 뭉갠 바 있다. 전날 홍준표 대표는 초선 의원들과 한 오찬에서 "3일 최고위원회를 예정대로 연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표가 '표 대결'을 꺼리는 이유는 최고위원 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9명 가운데, 김태흠, 이재만 최고위원은 출당을 반대하고 있고, 홍준표 대표 측은 이철우, 이종혁 최고위원 정도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꺼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준표 대표가 '의결 없이' 출당을 밀어붙일 경우, 친박계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당장 3일 예정된 최고위원회가 난장판이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친박 청산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정우택 원내대표도 홍준표 대표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서청원, 최경환 의원을 제명시키기 위해 필요한 의원총회를 열 권한을 갖고 있다. 바른정당 탈당파 흡수를 위한 홍준표 대표의 다음 스텝이 꼬일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