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묻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조중동이 기존의 텍스트 콘텐츠에 영상 콘텐츠를 더 해 융단폭격을 할 텐데 전통 방식에 입각해 소총 응사만 할 건가?
물론 그건 아닐 것이다. 진보언론도 영상 콘텐츠를 준비하고 생산하고 있으니까, 인터넷TV를 통해 나름대로 영상 콘텐츠 제작역량을 쌓고 있으니까 '재래전'에 만족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마찬가지다. 진보언론이 준비하고 생산하는 영상 콘텐츠는 극히 제한적이다. 닫힌 공간에서 열리는 좌담회 토론회 강연회 등을 중계하는 게 고작이다. 돈이 없고,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제자리를 맴맴 돌고 있다.
조중동 종편이 영상 콘텐츠를 쏟아내기 시작했는데도 이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경쟁이란 두 글자를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할 정도의 극단적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비근한 예가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이다. 이 문제가 처음으로 제기된 건 지난 6월 22일, 민주당의 신건·이성남 의원이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이날 이후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의혹을 집중 보도했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데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민간인 불법사찰이 세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여론시장을 들끓게 만든 건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후였다. MBC 'PD수첩'이 6월 29일 집중조명하고 나서야 파장이 인 것이다.
이 사례가 웅변한다. 텍스트 콘텐츠는 한계를 안고 있다. 6하 원칙에 입각해 '드라이' 하게 관련 '팩트'만 전달하는 텍스트 콘텐츠는 스토리 라인에 당사자들의 표정과 감성까지 담아 '프레임'을 짜는 영상 콘텐츠를 따라갈 수 없다.
다큐멘터리 류의 시사교양물이라면 특히 그렇다. 'PD수첩'과 같이 수십 분의 시간을 할애해 한 사안을 다각도로 짚고, '프레임'을 짜주는 프로그램을 조중동 종편이 앞세운다면 진보언론의 텍스트 콘텐츠는 경쟁에서 밀린다.
여기에다가 조중동 종편이 뉴스까지 손대면, 즉 1분여 안팎의 스트레이트 전달 위주에서 벗어나 두세 개의 큰 이슈를 집중 보도하는 일본 NHK식 모델을 도입한다면 설상가상이 된다. '이슈 파이팅' 경쟁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대적하기가 힘들어진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다. 조중동 종편을 더 이상 막아낼 수 없다면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다. 돈이 없고 인력이 없고 노하우가 없다면 갹출하고 빌려야 한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화제의 UCC를 지면에 소개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화제의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서 돌게 해야 한다. 채널이 안 되면 하나의 고정 프로그램으로, 고정 프로그램이 안 되면 단발성 영상물로라도 대응해야 한다. 진보언론이라고 해서 방송판 '화씨911' '식코'를 만들지 못하리란 법은 없지 않은가.
▲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디어법이 강행처리 되는 장면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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