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이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 지난 23일 오후 연평도 포격 상황 초기 단계에서 청와대가 전달한 이명박 대통령의 첫 메시지에 대한 논란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 발언이 보수진영에서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23일 저녁 6시 홍상표 홍보수석의 공식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말했다"면서 "확전이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한 적은 없다"고 취소했다. 참모들이 잘못 전달한 것이라는 해명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란은 24일에 오히려 확산됐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이적발언"이라고 공격했고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은 육두문자를 날렸다.
국방장관의 인정을 다시 뒤집은 청와대
여기다 김태영 국방장관의 발언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김 장관은 발언 진위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단호하(게 대응)하지만 확전되지 않는 걸 겸해서 말했다"고 답했다. 청와대의 초기 대응을 사실상 확인해 준 것.
하지만 홍상표 홍보수석은 또 "국방장관과 통화했는데 '그런 취지의 말이 아니다'고 하더라. 오후에 국회에서 해명한다고 들었다"면서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다시 뒤집었다. 천안함 침몰 당시 국회에서 답변하던 김태영 장관에게 'VIP 메모'가 전달됐던 때와 유사한 상황인 것.
이후 홍 수석의 설명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홍 수석은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고 회의 시 여러 말이 오가는 와중에 일부 참모들의 발언에서 야기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중요한 상황에서 대통령 발언이 잘못 전달될 수 있나? 그 발언이 두 시간 반 동안 유지됐었다'는 지적에도 홍 수석은 "전달 과정은 알고 있다. 누가 잘못 알고 전달했겠지만 그게 누군지는 말하지 않겠다"고 입을 닫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할 수 있는 '확전 자제' 발언 자체를 없었던 일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은 것.
"정서적 측면에만 의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홍 수석은 '그렇다면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인데 우리 군의 대응이 그에 부합했냐'는 질문에 "군 작전에 관련된 것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 굉장히 많다"면서" 저쪽에서 한 발 쏘면 우리도 열 발을 퍼붓는 식으로 하지 못했냐는 아쉬움이 정서적으로 있을 수 있겠지만, 정서적 측면에서만 의존할 수 없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고 답했다. '확전을 피해야 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편 홍 수석은 "이 상황이 현재 연속되는 것은 아니고 이 (연평도 포격) 사안 자체는 종료된 것 아니겠나"면서 "북쪽이 어떻게 나올지 경계태세를 갖고 주시하는 상황이고. 이 사건을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국내적으로 국제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긴밀히 숙의 중이다"고 말해 상황 수습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어제와 같은 국지적 도발상황이 벌어질 경우 더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한 방향으로 교전수칙을 수정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하라"고 교전수칙 수정을 지시했다.
그는 또 "서해 5도 도서의 군 대응전력을 보강하라"며 "5개 도서의 군 전력을 정밀하게 점검해서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를 대비한 신속한 보강조치를 취하라. 예산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내년도 예산에 우선 반영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협의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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