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전 최고위원의 경우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남경필 의원, 정두언 의원 등과 함께 이상득 의원 불출마 요구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친이재오계 인사다. 남 의원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대상이었고, 정 의원의 경우도 청와대, 국정원 등으로부터 사찰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여권 인사들과 함께 민주노총, <MBC> 노조, <YTN> 노조 등을 광범위하게 사찰해, 관련 동향을 청와대,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에 보고한 정황도 포착됐다.
<서울신문>이 입수해 23일 공개한 원충연 점검1팀 전 사무관의 108 쪽 짜리 '포켓수첩'에는 이같은 내용이 들어있었다. 결국 이같은 광범위한 사찰의 배후에 청와대 등 '윗선'이 있는지와 관련해 재수사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야를 막론하고 더욱 강하게 제기될 전망이다.
여당 중진 의원부터 <MBC>, <YTN> 노조 사찰까지
'민간인 불법 사찰'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확보한 원 전 사무관의 '포켓수첩'에는 당일 회의내용 및 지시사항 등이 적혀 있다. 이를 분석하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대상, 사찰 방식, 사찰 목적 등을 유추할 수 있다.
이 수첩에는 오 시장과 관련해 '서울시장 대선 활동 관련 부서 만듦(이미지관리)→지난번 인사 때 직원 발령함'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지원관실이 오 시장의 대선 동향을 꾸준히 파악·보고했다는 정황이 될 수 있다.
▲ 민간인 불법 사찰로 징역 1년 6개월 형을 받은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지난 7월 서울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현재 이 전 지원관과 함께 실형을 받았던 원충연 점검1팀장의 '사찰 수첩'이 공개되 파장이 일고 있다. ⓒ뉴시스 |
이혜훈 의원 건은 2008년 11월 10일자로 기록돼 있다. 수첩에는 "한나라당 친박 이혜훈 의원 (건강보험)징수공단 통합안 발의, 이혜훈은 전 정부시절에도 찬성, 국감 때 박근혜 의원·전재희 장관 논쟁"이라고 기록돼 있다.
<YTN>을 집중 사찰한 내용도 곳곳에서 나온다. "YTN VITO(비토) 세력"으로 "경기도 정무부지사 표○○, YTN 배○○(2008.11 전무), 국회의원 원희룡·공성진" 등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 또 "YTN"이라는 제목 아래 "구○○ 7.17. / 우○○ 차장: 전전전 YTN 노조위원장, BH출입 / 표○○ 전 사장: ohmynews(<오마이뉴스>) 9월 회장으로 임명, 경향신문 사장 공모 탈락 / 고○○ 상무(08. 임기만료 후 상암동 청사이전추진단장), 진○○ 전 기획실장(대기발령), 박○○ 전 위원장(대구), 현○○ 전전 위원장, 김○○ 부장, 김○○ 이사(마사회 출신), 강○○(소극적, 미온적)" 등 YTN 수뇌부와 노조원의 이름이 적혀 있다.
<YTN> 노조 동향에 대한 내용도 광범위하게 적혀 있는데, 특히 "대안"이라는 제목 아래에는 "계속 처벌→촛불에 투입된 자금, YTN 조합비 총액 1% (400×30만)=1억 2천"이라는 내용도 있다. 이는 노조가 촛불 시위에 금전적 지원을 했으며, 이를 추적하고 있었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또한 민주노총, 한국노총, KBS 노조, 공기업 노조 등의 동향도 사찰했다. 수첩에는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과 관련해 "우리B(은행), KT, MBC 노조 수뢰 의혹, 해외여행시 공금 유용, 이용여행사"라는 내용이 적혀 있고 "토지공사, 주택공사, 한전노조, 발전노조(박노균):강성, 서울지하철노조, 철도노조, 한적 노조" 등 여러 공기업 노조를 사찰했다는 정황을 담은 메모도 들어 있다.
'정부 반대 세력' 사찰해 청와대 국정원 경찰청에 보고?
또 2008년 9월 22일 오전 회의 메모에는 '첩보 입수, 공직기강-정책점검, 하명사건'이라는 문구 뒤 '방해 세력 제거'라는 글이 적혀 있다. 누구로부터 하명을 받았는지, 또 '방해 세력 제거'를 위해 어떤 방법을 동원했는지 의혹이 가는 부분이다.
"08.12.1 회의(진 과장)-장·차관, 실·국장, 과장"이라는 제목 아래에는 "저항하는 놈 2~3명(양, 최, 이)-1인당 2p, 구체적인 것, 음성적인 저항 사례"라고 돼 있고, "0 기획관리부장: 제약 업계 두둔, 지난 정부 때 FTA 반대, 공직 진출하면 안 된다"고 적혀있다.
하명 사건이라는 것이 정부 내 방해 세력 제거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부 내 방해 세력"으로 지목된 인사들의 이름도 적혀 있다. 특히 "이○○ 차장(식약청, 호남 S대 사회), 김○○(전북, S대 사회, 사회서비스 주장), 이○○(호남, S대 사회), 주○○(통일교육원, 전북, S대 사회)' 등 주로 호남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 수첩에 따르면 지원관실은 사찰을 하는 과정에서 "망원경, 카메라, 노트북" 등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눈+귀, 입 ×. 목숨걸고" 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절대 발설을 금하는 서약과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 "(2008년) 7.31 동향보고 수신자"로 "경찰청-이○○, 국정원-양○○, (청와대) 사회수석실-최○○, 인사〃-장○○, 국정원-가○○"의 이름이 적혀 있다. 사찰 내용을 청와대·국정원·경찰청 등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사실을 접하고도, 청와대, 국정원 등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결국 청와대 비서관 한 명을 호텔 커피숍에서 구두로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등, 그간 이뤄진 검찰 수사가 부실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검찰 관계자가 "증거가 모두 삭제돼 지원관실에서 누구의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며 "(검찰 수사 당시 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 디스크 등) 자료가 삭제되지 않았다면 엄청난 양의 사찰 보고서를 압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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