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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연구,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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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줄기세포 연구, 어디까지 왔나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마지막 회] 줄기세포 치료제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줄기세포가 곧 만병통치의 치료법으로 개발될 수 있을 것 같던 시절이 있었다. '황우석 사태'이라고 알려진 이 해프닝은 여러 가지 윤리 문제와 더불어 과학이 국가권력과 과도하게 친밀해지고 업적주의로 치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우리에게 극명히 보여주었다. 그래도 이 사건이 우리에게 한 가지 도움이 되었다면 모두에게 낯설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감(感)을 갖게 해주었다는 점인 것 같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생체에서 세포가 기능을 못하거나 사멸하여 발생하는 질병을 줄기세포를 체내에 주입해 기능이 없는 세포의 기능을 대체하여 생체 기능이 회복되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배아줄기세포를 사용하느냐 성체줄기세포를 사용하느냐로 크게 나누어진다. 배아줄기세포이건 성체줄기세포이건 모든 줄기세포의 공통점은 분열하여 줄기세포 자신의 수를 늘릴 수 있고, 분열 능력이 매우 좋으며 또 다양한 기능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될 수 있고 성체줄기세포는 제한된 종류의 세포로만 분화할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가능성은 더 크지만 인공수정을 통한 난자와 정자의 수정란이나 난자의 핵을 체세포의 핵으로 치환하여 인위적으로 분열하도록 한 경우에만 얻을 수 있으므로 얻기가 어렵고 윤리적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에 요즘에는 주로 성체줄기세포가 줄기세포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또한, 이미 태어난 어떤 개체도 자신의 배아줄기세포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인공수정을 통해 만들어진 타자의 배아줄기세포를 체내로 주입했을 때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우는 자신의 몸에서 성체줄기세포를 분리해 다시 자신에게 주입한 경우는 면역 거부 반응의 문제가 없고, 타인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경우는 마찬가지로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자신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경우 문제는 우리 몸의 각 조직에서 어느 세포가 성체줄기세포인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숫자도 많지 않으며 분리하여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면역 거부 반응이 없는 자신의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미 분화되어 기능이 한정된 세포를 실험실에서 줄기세포의 성질을 갖도록 변화시킨 후 다시 몸에 주입하는 역분화 줄기세포를 줄기세포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이미 분화된 우리 몸의 세포를 거꾸로 운명을 되돌려 줄기세포의 성질을 갖도록 만든 역분화 줄기세포를 유도 만능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라고 한다. 사실 이전에는 한번 분화된 세포의 운명은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2006년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팀은 생쥐의 피부세포에 몇 가지 유전자를 도입하여 배아줄기세포처럼 만능성을 가진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또 이듬해인 2007년에는 성인의 피부세포에 같은 유전자를 도입하여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신야 교수는 "이미 분화되어 기능이 특화된 성숙한 체세포들을 인체의 모든 종류의 세포로 자라날 수 있는 미분화 세포로 재프로그램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공로로 2012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신야 교수는 피부세포에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를 운반체로 이용하여 피부세포에 Oct3/4, Sox2, c-Myc, Klf4 라는 4 개의 유전자를 도입시켜 발현시킴으로서 체세포에서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만들었다. 체세포에서 줄기세포의 만능성을 유도할 수 있는 이 4개의 유전자를 보통 '야마나카 팩터(factor)'라고 부른다.

간단히 이야기 하면 유도 만능 줄기세포는 이미 분화된 세포가 미분화 단계의 가능성을 회복하도록 몇 개의 유전자를 발현 조작한 체세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만들어진 유도 만능 줄기세포는 인체에 주입되었을 때 신경세포나 췌장 세포 등으로 분화하여 손상된 시력, 파킨슨병, 척수손상(spinal cord injury), 당뇨 등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 이용될 수 있다.


현재 유도 만능 줄기세포의 기술적 한계는 분화세포에서 유도 만능 줄기세포가 만들어지는 효율이 낮고, 유도된 줄기세포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특정 세포만으로 분화시키는 효율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또한 야마나카 팩터(factor)들은 과발현 되었을 때 암을 유발할 수도 있는 유전자들이고, 이들을 세포내에서 발현시키기 위해 유전자의 운반체로 사용되는 바이러스도 암 발생을 유발할 수 있어 유도 만능 줄기세포가 치료제로 사용되었을 때 암발생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요한 기술적 한계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야마나카 팩터(factor) 대신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바이러스를 유전자 운반체로 사용하지 않는 방법 등 유도 만능 줄기세포의 효율과 암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현재 계속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줄기세포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실험이 현재 여러 나라에서 진행 중이다. 특히 신야 교수의 노벨상으로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에 탄력을 받은 일본에서는 많은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3월 일본 교토 대학교 연구진이 노인성 황반 변성증(AM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도 만능 줄기세포 이식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첫 이식 시도는 2014년 77세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도되었는데, 환자의 피부 세포를 채취하여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만든 다음, 이를 망막세포로 분화시켜 이식한 것이다. 이식을 받은 환자는 거부반응 없이 성공적으로 시력이 회복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두 번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은 유도 만능 줄기세포들이 일으킨 돌연변이로 인하여 취소되었다. 연구팀은 이 돌연변이가 암으로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계획을 중단했다고 한다.

이 연구팀을 지휘하는 타카하시 박사는 이후 진행 될 다섯 번의 임상실험에는 환자 본인의 세포에서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제작하는 대신, 세포은행에서 기증받은 제3자의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이용 할 것이라고 했다. 환자의 세포에서 직접 세포를 얻어 줄기세포를 유도하고 분화시키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만, 이는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드는 문제가 있어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올해 3월 타카하시 박사의 연구팀은 타인으로부터 공여 받은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망막세포로 분화시킨 후 노인성 황반 변성증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식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아직까지 세포의 적응 상태를 관찰하고 있는 중이며, 나머지 네 명의 수술이 모두 끝날 때까지 경과를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안구는 일반적으로 면역반응이 제한적인 조직이었기에 성공할 타인의 세포를 이용한 유도 만능 줄기세포의 거부감이 적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임상실험의 성공으로 타인의 세포로부터 유도된 유도 만능 줄기세포가 성공적으로 줄기세포 치료제로 이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자 다양한 유전정보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세포를 공여받아 유도 만능 줄기세포로 만들어 쉽게 치료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 만능 줄기세포 은행의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한다. 타카하시 박사는 이번 실험을 계기로 다양한 퇴행성 질환의 치료에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2년 내에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실험을 시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미국 보스턴 소아병원의 조지 데일리 박사는 성인의 피부세포를 유도 만능 줄기세포로 역분화 시킨 후 조혈모세포로 분화시키고자 시도했다. 데일리 박사는 이를 위해 7가지의 유전자들을 세포 내로 주입하여 마우스에게 이식시킨 후 분화 시켰다. 그 결과 인간이 갖고 있는 조혈모세포와 매우 흡사하면서 인간의 혈액세포 전체로 변화할 수 있는 세포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조혈모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골수이식 외에는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백혈병 환자들에게 큰 희소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현재 성공적인 치료법으로 개발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기존의 약을 이용하여 치료하는 시대는 가고 세포를 이용한 개인 맞춤형 치료가 대세를 이루는 시대로 가고 있음을 자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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