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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무너진 '이회창 대세론', 박근혜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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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무너진 '이회창 대세론', 박근혜는 다를까?

[고성국의 박근혜論]<9> 2012년 대선 지형도

1987년 노태우 36.6%, 김영삼 28%, 표 차이 1,945,157표
1992년 김영삼 42.0%, 김대중 33.8%, 표 차이 1,936,048표
1997년 김대중 40.3%, 이회창 38.7%, 표 차이 390,557표
2002년 노무현 48.9%, 이회창 46.5%, 표 차이 570,980표
그리고 2007년, 이명박 48.7%, 정동영 26.1%, 표 차이 5,317,707표


87년, 92년은 약 190만표 차였고 97년, 2002년은 40~60만표 차이였다. 그리고 지난 번 2007년에는 530만표의 큰 차이였다. 2012년은 어느 쪽이 될 것인가.

대차가 난 2007년은 한나라당에 이명박, 박근혜라는 두 사람의 강력한 대권주자가 있었고 민주당은 4분5열 된 상태였다. 정동영, 손학규가 겨룬 당내 경선은 흥행에 실패했고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명박은 한나라당 경선을 마친 순간 사실상 대권을 확정지었다. 이 같은 상황은 경선 승리자가 박근혜였다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니 경선 승리자가 박근혜였다면 2007년 대선은 훨씬 더 일방적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박근혜에게는 이명박이 마지막까지 적지 않게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BBK사건' 같은 것이 없었으니까.

2007년에 이명박이 530여만표 차로 압승을 거둔 것은 한나라당 필승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2012년에도 한나라당 필승구도가 만들어질 것인가.

2012년, '野 단일화', '정권 심판론', '보수 VS 진보 구도'에 주목해야

2012년 구도는 2007년 보다는 1997년과 2002년에 더 가깝다. 이 두 번의 선거에서 이회창은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다 막판 역전당했다. 오죽하면 '대세론은 필패'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야권 쪽도 2007년의 무기력한 모습이 더 이상 아니다. 손학규, 정동영의 리턴매치가 아니라 손학규, 유시민, 정동영, 한명숙 간의 다자 경쟁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단순한 당내 경쟁이 아니라 막판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야권연합과 후보단일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2012년이 비교적 큰 차이가 났던 1987년이나 1992년 보다는 박빙의 승부였던 1997년과 2002년의 양상에 가깝게 전개될 것으로 예측하는 첫 번째 이유다.

▲ 2005년, 두 번의 대선에서 배한 뒤 정계 은퇴 선언을 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모친상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국민은 탁월한 균형감각을 갖고 있다. 정치의 기본 원리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교과서를 되풀이 할 필요도 없다. 여소야대야말로 국민의 균형감각이 최고로 발휘된 정치적 결과다. 국민은 여소야대를 만듦으로서 대통령과 집권당의 독주를 막고 힘빠진 야당을 북돋워 왔다. 새가 좌우 두 날개로 날듯이 정치도 힘 있는 여야 두 정당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사실 여당을 과반수 당으로 만든 2004년과 2008년 총선은 정상적인 선거가 아니었다. 2004년 총선은 탄핵열풍이 휩쓸고 간 선거였다. 그리고 2008년 총선은 대선이 끝난지 불과 넉 달 만에 치러진 선거였다. 아무리 견제심리와 균형감각이 체질화 된 국민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을 뽑아 놓고 허니문 기간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의 힘을 빼는 선택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국민의 견제심리와 균형감각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여론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특별히 잘하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면 모르겠지만 그저 그런 평범한 국정운영을 할 경우 지지여론보다 비판여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특히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에는 대통령에 대한 순수한 지지 외에도 "잘해줬으면" 하는 기대와 "대통령까지 돼서도 고생한다"는 감성적 지지가 포함돼 있다.

이런 것을 감안하고 보면 비록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50%를 상회한다 하더라도 정권 말기로 갈수록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와 비판 여론이 점차 높아져 갈 것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금 당장은 박근혜가 멀찍이 앞서 가지만 경향적으로 고조될 여권에 대한 견제와 비판 여론은 언제든 박근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2012년 대선을 혼전으로 예측하는 두 번째 이유다.

7월 17일~19일 '디오피니언'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32.5%가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27.6%는 '보수적', 34.6%는 '중도적'이라고 답변했다. '보수 30, 진보 30, 중도 40'이라는 균형 잡힌 분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으나 저울추가 진보 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것은 분명하다. 이는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당시 나타났던 보수 강세 기조와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 이명박 정부 3년 만에 보수 강세의 이념 스펙트럼이 진보 강세의 이념 스펙트럼으로 변한 것이다. 이런 경향은 20~30대 유권자들에서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4월 10개 대학이 공동으로 설문조사한 것에 따르면 34%가 진보, 30.4%가 중도 그리고 17.7%가 보수라 답했다.

이러한 상황은 박근혜가 아무리 앞서간다 하더라도 막상 선거 구도가 야권의 후보단일화 바람을 타고 '보수 vs. 진보'로 확정될 경우 선거 양상이 급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2012년 대선이 초박빙의 승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세 번째 이유다.

박근혜, '昌은 왜 졌나' 생각해야

어떤 선거든 주도하는 자가 승기를 잡게 마련이다. 그것이 구도건 이슈건 주도하고 공격하고 선점하는 자는 따라가고 방어하고 쫓아가는 자보다 유리하다. 2012년 대선은 과연 누가 주도권을 행사할 것인가?

상식적으로는 앞서가고 있는 박근혜가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앞서고 있으므로 상대를 고를 수도 있고 자신에게 유리한 지형을 선택할 수도 있으며 싸움의 시점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이점에도 불구하고 싸움은 싸움이고 어떤 싸움도 승패가 미리 정해져 있지는 않다. 앞서가는 주자는 공세보다는 방어를 택하고 싶어하고 승부를 걸기 보다는 국면을 관리하는데 방점을 찍고 싶어한다. 그 결과 싸움의 타이밍을 놓치고 지형의 유리함을 이용하지 못해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훌쩍 앞서가고 있는 지금의 지지도와 달리 박근혜가 맞닥뜨릴 2012년의 선거지형은 이렇듯 결코 녹록치 않다. 이것이 박근혜가 2007년이 아니라 1997년과 2002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고 이 두 번의 선거에서 이회창이 허무하게 무너졌던 과정을 복기하듯 꼼꼼하게 다시 보아야 하는 이유고 '경적필패(輕敵必敗)'를 되새기면서 신발끈을 졸라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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