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예산관련 당정 간담회에서 '4대강 사업' 논란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을 몰아붙였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달만에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에 완전히 휘말렸다.
정 장관은 4일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 참석해 4대강 사업 관련한 우려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다지 대비가 없었던 의원들의 정 장관의 반박에 말문이 막혔다. 한 의원은 이를 두고 "정종환 장관의 언변에 4대강 사업 논란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정종환 언변에 한나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정 장관은 이날 "4대강 살리기 예산 총 22조 2천억원 중 환경부의 수질 개선 예산, 농수산식품부의 저수지 등 물대책 사업 예산 빼면 국토해양부에서 조달하는 예산은 15조 4000억원이고 여기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공사가 8조원을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2012년까지 국토해양부 차원에서 순수하게 늘어나는 예산이 7조원 가량이며 내년에 투입되는 예산은 총 3조원이라는 것. 정 장관은 비공개 질의 응답 과정에서 "3조원이면 1년 예산의 1% 정도인데 이 1% 때문에 4대강 사업을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했다.
정 장관은 "4대강 사업을 하면 주변에 개발 호재들이 생기게 된다. 수공은 그 개발에 참여하도록 해서 개발 이익으로 (투자금을) 충당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이 다른 SOC 예산을 빨아들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 장관은 "올해 수정예산, 추경예산 편성으로 SOC 예산이 6조원 이상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SOC 예산은 예년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라며 "예년 수준에 '+알파'를 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의원들이 정 장관의 말솜씨에 설득당하고 있는 것 같다.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예산에 대한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질문을 쏟아냈지만 반박하는 내용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역구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면 '이게 4대강 사업 때문이다'라고 얘기하는 게 편해서 문제를 제기한 것 같다. 그런데 장관이 이렇게 얘기하니까 다들 '맞다'고 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수도권 출신의 또 다른 의원도 "특히 4대강 예산이 투입되는 지역구 의원들이 주로 질문을 많이 했는데, 예산 배분, 사업 발주 등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손해볼까 하는 심정인 것 같았다. 정 장관이 그런 부분도 설명을 아주 잘 해줘서 설득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반박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윤석용 의원은 "국가 유공자, 장애인 복지 예산이 4대강 정비 사업 때문에 깎이는 것이 사실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복지 예산이 감소되지 않도록 하겠다"고만 말했다.
권택기 의원은 재정 부담을 수공에 떠넘기는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권 의원은 "2012년까지 8조 원을 투입하면 수공의 부채는 현재 30%에서 500%까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또 "수공이 4대강 관련 수익 사업에 참여토록 하는데는 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기도 하다. 간단치 않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소득세 추가 인하 유예' 논란도 없던 일?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인하를 유예하자는 당내 주장도 고개를 숙였다. 감세 유예 방안에 일부 동조했던 한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은 "기획재정부에서 정책위원회, 3정책조정위원회 등 담당 당직자들을 상대로 물밑 작업을 계속 해온 것 같다"며 "유예안 주장이 힘을 받지 못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안상수 원내대표, 김성조 정책위의장도 의원들 분위기를 보고 안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감세 유예 법안을 제출했던 김성식 의원은 이날도 여전히 "재정 악화를 우려해 법인세, 소득세 추가감세는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의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결국 이번 연찬회는 정부 관료들의 말에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이 KO패 한 결과만 낳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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