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60대 남성에 의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훼손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질타는 이명박 정부를 직접 향하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은 1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은 국가보전 묘지로 지정돼 있지만, 정부는 그에 대해 어떤 관심을 두거나 경비를 두지도 않고 무관심으로 방치해 왔다"며 "노무현 재단 측에서 정부에 관심을 갖고 경비를 해 줄 것을 여러 번 요청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MB정부의 잘못된 가치관 때문"…"정부가 묘역 방치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는 전적으로 이명박 정권의 잘못된 가치관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고, 주위에서 보수단체 명의의 유인물이 발견된 사건을 함께 언급하면서 "정부는 (범인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잡지 않는 게 아니냐는 걱정과 의구심을 갖는 국민이 있다"며 "엄정한 조치와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분뇨 투척사건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 모두가 야만의 동굴 속에서 살고 있다는 슬픈 자화상"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현 정권에 의한 정치적 타살로 운명을 달리한 전직 대통령의 묘소에 가해진 극단적 테러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정부가 묘소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정치적·도의적 비난을 비껴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역시 '엄정한 대응'을 주문하는 등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안상수 대표는 "이번 불상사는 깊이 개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경비' 지시한 조현오 "盧 유족에 사과는 아직…"
조현오 경찰청장도 입을 열었다.
지난 인사청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던 조 청장은 같은 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청장은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고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경비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한 언급도 나왔다. 조 청장은 "(노 전 대통령 측에) 빨리 사과드리고 싶지만 여러 여건상 성사되지 않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지속적으로 이해를 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노무현 재단을 비롯한 유족 측과 접촉을 시도해 왔지만, 자신의 사과 의사가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항변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서민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분이라는 점을 평가하고 있다"며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얘기를 해 매우 송구스럽고 그런 얘기를 한 것 자체를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조 청장의 설명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비난은 이어졌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전 대통령 측이 사과를 받아줘야 사과할 수 있다는 것은 황당한 주장"이라며 "시한을 정해 사과를 하겠다는 발상이나 사자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명예를 훼손해 놓고 기억하기 싫다고 발뺌하면 그만이냐"고 반문했다.
김 부대변인은 "없는 사실조차도 만들어낸 사람이 경찰청장으로 앉아 있으니 묘역에 인분을 투척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는 것"이라며 "조현오 청장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넘어가려 들지 말고 검찰의 조사를 받고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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