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 8명이 16일 새 헌법재판관과 헌법소장을 임명해달라는 데 뜻을 모았다. 자신에 대한 임명 동의안 부결 직후 야당의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김이수 권한대행이 직접 나서 새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해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한 셈이다.
이를 근거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현 '권한대행 체제'를 끝내고 새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하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반면 여당은 일단 새 헌법재판관 지명에는 동의했지만, 헌법소장 임기 문제 등에 대한 국회 논의를 시작하자고 맞섰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17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어제 헌재가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에 대한 조속한 임명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꼼수적인 권한대행 체제 유지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 대한 정면 반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원회 의장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가 김이수 대행 체제를 내년까지 끌고 가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관들이 마치 동의한 것처럼 발표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가 김이수 체제를 무시한 것은 삼권분립 무시'라면서 김이수 대행에게 사과하는 이벤트까지 했으나, 김이수 임시 체제를 끌고 가려한 대통령이 오히려 삼권분립을 위배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간담회를 열고 "김이수 후보자를 인준할 때는 한시라도 '권한대행 체제'가 지속되면 안 된다고 외쳤던 사람들이 청와대와 여당인데, 왜 이렇게 김이수 대행 체제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이라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정식으로 지명해서 국회의 인준을 거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야 3당의 요구는 전날 헌법재판소 8인 회의 결과를 근거로 한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현 헌법재판관 8명은 지난 16일 회의를 열고 "소장 및 재판관 공석 사태의 장기화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조속히 임명 절차가 진행되어 헌법재판소가 온전한 구성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앞서 헌법재판관 8인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이후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국회가 부결시킨 사람을 권한대행에 앉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지난 13일 '김이수 권한대행 사퇴'를 요구하며 헌법재판소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몰고 간 바 있다.
이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실상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새로 지명해달라고 요청함으로써 논란을 종결짓고자 한 셈이다.
야 3당의 요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는 공석 중인 헌법재판관 1인에 대한 추천을 서둘러주기 바란다"면서도 "이 문제는 야당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둥 정략적 접근과 발목잡기로 임명 동의안을 부결시켜서 발생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새 소장을 지명하려면 먼저 헌법재판관으로서 인준을 받고 다시 소장으로 지명해야 하는지 논란이다. 소장 임기 등 관련 법안이 18건 계류 중인데, 국회가 조속히 논의에 착수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줘야 한다. 국회가 본연의 임무인 법안 처리에 소홀하면서 내부 추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가 헌재소장 임기를 명확히 하는 입법을 마치면 헌재소장을 바로 임명할 계획이란 입장이 명료하다"고 밝혔다. 헌재소장 임기 논란을 법적으로 분명하게 하면 헌재소장을 임명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먼저 헌재소장의 임기를 명확히 하는 입법을 마치면, 문재인 대통령은 헌재소장을 바로 임명할 계획"이라며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헌법재판관 9인 체제가 구축되면 당연히 재판관 중에서 헌재소장을 임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의 주장은 현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하지 말고 새로운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그분을 소장으로 임명해달라는 주장 아닌가"라며 "이는 헌법에 보장돼 있는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헌재소장 지명과 관련한 여론이 있고 입장문이 나왔기에 대통령은 청와대 논의를 거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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