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벌이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놓고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세조정'이라면서 비준 강행을 주장하고 있는 여당과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이 '굴욕 협상'이라면서 비준 거부 입장을 밝힌 야당 사이에 이견이 좁혀질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여야 간사들인 유기준 한나라당 간사와 김동철 민주당 간사는 1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미 FTA를 놓고 완전히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한 "재협상 아닌 재협의" vs 민 "재협의나 조정은 국민 우롱"
일단 두 사람은 현재 진행 중인 실무협의의 명칭부터 확연한 의견차를 보였다. 유기준 의원은 "재협상이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으며 재협의가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동철 의원은 "재협의, 조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고 현혹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전에 해주겠다고 합의했는데 이는 대통령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로 대통령의 이 말은 결국 협상의 ABC도 모르는 것이었다"고 비꼬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재협상 내용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엇갈린 의견을 제시했다. 김동철 의원은 "쇠고기는 FTA 문제가 아니"라며 "정부 여당이 쇠고기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얘기하는데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에서 쇠고기 문제가 타결됐다고 얘기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자동차 부분의 양보에 대해서도 "자동차의 안전이나 환경기준은 전부 국민의 생명, 건강과 관련된 만큼 미세한 조정이 아니"라며 "정부 여당에게 국민의 생명보다 더 큰 것이 무엇이길래 그것을 미세하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기준 의원은 이에 "김동철 의원이 평소에 그런 분이 아닌데 상당히 과격한 표현을 쓰신다"며 불쾌감을 내비치며 "일방적 합의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현재 조정된 수준으로 협정이 완료된다고 해도 한 2000대 내지 3000대 정도의 미국차가 더 들어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니 미세한 조정이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그렇게 작은 것을 가지고 너무 크게 말씀하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한미 FTA 조정, 한-EU FTA에 영향 없다" vs 민 "미국에만 양보하겠단 이중적 태도"
유기준 의원은 "한-EU FTA는 관계되는 국가가 상당히 많고 한미 FTA와 같이 몸이 가벼운 상태가 아니므로 이미 체결된 협정문을 한미 FTA의 전례에 따라 다시 고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동철 의원은 "미국도 한-EU FTA 체결내용을 보면서 우리에게 재차 양보를 요구했던 만큼 EU 측도 한미 FTA 내용을 보면서 다시 우리에게 재협상을 요구해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만약 EU에 대해서는 우리가 지켜낼 수 있다고 하면 그것은 미국에는 양보하면서 EU에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의 '장외 공방'은 한미 FTA 국회 비준 절차에 드려진 전운을 보여주고 있다. 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뿐 아니라 자유선진당도 한미 FTA 비준 거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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