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또한 철저한 감세 반대론자인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 대학 교수도 만났다. G20을 계기로 해서 진보적 목소리가 청와대에 닿을 기회도 생긴 것일까?
G20 노동조합 대표자 회의 참석차 방한한 섀런 버로 국제노총(ITUC) 사무총장, 존 에번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 사무총장, 고가 노부아키 일본 렝고(노동조합총연합회) 위원장 등이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하는 자리에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과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이 동행한 것.
민주노총은 김영훈 위원장은 지난 달 25일 G20을 앞둔 노사정 청와대 초청 오찬에 불참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도 대화하는데 대한민국 민주노총이라고 대화를 안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화도 하고 그래야지, 대화를 거부하면 민주사회에서 (바람직한 행동으로 보기) 어럽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었다.
민주노총이 이날 접견에 참석한 것은 국제노총(ITUC)이 10일부터 11일 간 서울에서 에서 'G20 노동조합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고 김영훈 위원장이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과 함께 의장국 대표자 자격으로 참석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도 김 위원장의 참석에 대해 특별히 따로 언급하지 않고 "이전 네 번의 G20 정상회의 때도 국제노동계가 주최국 정상과 면담하면서 성명서를 전달했다"면서 "이 대통령도 G20 의장 자격으로 국제노동계를 대표하는 인사들로부터 성명서를 전달받고 의견을 나누는 행사 차원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노동계 인사들과 양 노총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세계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경제위기 극복이 고용우선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등의 지론을 펼쳤다.
한편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면담한 자리에는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 고문인 제프리 삭스 교수도 참석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개발의제를 강조하고 있는 이 대통령과 개발도상국및 빈국의 빈곤퇴치에 방점을 찍고 있는 유엔 MDG가 일맥상통하는 대목이 없지 않다.
며칠 전 미리 입국한 제프리 삭스 교수는 경상북도 초청 강연에선는 "새마을 운동이 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위한 적절한 모델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대 초청 강연에서는 "레이건 대통령이 부자들에게 소득세를 감면해주면서 경제가 성장할 테니 재정적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동화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세금납부에 관한 사회적 윤리를 잃었으며 이는 버락 오바마도 마찬가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일정이 빡빡해 접견 시간이 짧았고 김영훈 위원장이나 제프리 삭스 교수가 접견 주빈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 대통령과 이들 사이에 깊이 있는 대화가 진행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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