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미르·K스포츠 재단을 지원한 게 과연 무죄인가.
1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뇌물공여 등 혐의 항소심 1차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따져 물은 내용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4억여 원 규모의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금이 제3자 뇌물수수죄 구성요건인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었다. 다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지원금 16억여 원은 뇌물로 인정했다. 하지만 특검 측은 12일 공판에서 이를 반박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지원이 경영권 승계 지원에 대한 대가라고 인식했다는 게다. 따라서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금 204억여 원도 뇌물이라는 게다.
실제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공개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내부 문건을 보면, "삼성의 당면 과제(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삼성의 현안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 모색" 등의 내용이 있다. 삼성의 최대 현안은 경영권 승계이며, 박근혜 정부는 이를 도우려 했다고 볼 근거다.
특검 측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이 문화체육 담당 비서관실이 아닌 경제수석실을 통해 이뤄진 점도 주목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들 재단에 대한 지원이 대가성 없는 공익 목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입장대로라면, 이들 재단 설립 관련 업무가 문화체육 담당 비서관을 통해 이뤄지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제수석실을 통해 이뤄졌다. 이들 재단 지원금이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볼 근거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특검 측은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처벌 사례도 거론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정치발전' 명목으로 기업인들에게 돈을 받았고, 이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이 명목과 실질이 다르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이들 전직 대통령이 기업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것. 따라서 뇌물 죄가 성립했다는 게다.
이런 판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적용된다는 게 특검 측 주장이다. 박 전 대통령 및 이 부회장 측은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이 문화 및 체육 진흥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명목일 뿐이며, 실제로는 대가성 뇌물 거래라는 게 특검 측 주장이다.
아울러 1심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도움으로 삼성이 유리한 성과를 얻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특검 측은 반박했다. 최원영 당시 고용복지수석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를 챙겨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점, 합병 결과 삼성이 이익을 누렸다는 점 등이 근거다.
지난 8월 25일, 1심 법원은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 횡령, 재산 해외 도피, 범죄수익 은닉, 위증 등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지원금 16억여 원은 뇌물로 인정하되, 삼성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에 대해선 뇌물로 인정하지 않는 대목 등은 논란을 불렀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과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에 대한 판단이 달라야 할 이유가 모호하다는 게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으나, 1심 법원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구형량에 비해 너무 낮은 형량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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