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와 농가에 대한 온갖 갑질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닭고기 재벌' 하림(김홍국 회장)이 이번에는 '농가 보조금 가로채기' 의혹으로 집중 질타를 받고 있다.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하림 관련 자료와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 농가 보상금 관련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하림과 사조 등 대표적인 가금류 대기업들이 살처분 피해를 입은 농가에 지급되는 정부의 보상금을 가로채는 불법을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실제 계약 병아리값 450원, 보상금 받을 때는 800원으로 부풀려
김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림·마니커·올품·동우·체리부로·참프레 등 20여 곳은 올해 25건에 걸쳐 AI 살처분 보상금 56억 원을 직접 수령했다.
이는 2014년 30곳 이상의 계열사가 보상금 약 180억 원을 수령했던 것에 비해 규모는 줄었으나 여전히 그 관행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정부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살처분 보상비를 가축 실소유자에게 지급한다. 그러나 실소유주가 계열사인 경우 계약 농가들과 협의해 일단 계열사에 보상금을 지급해 농가에 배분해왔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들은 가축 소유주로서 방역 책임에는 소홀했으면서도 살처분 보상금은 제대로 농가에 지급하지 않고, 매몰 비용이나 방역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는 갑질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하림 등 가금류 대기업들이 무작정 농가에 지급될 보상금을 가로챈 것은 아니다. 농가와 계약한 실제 병아리 계약 단가보다 가격을 2배 가량 높인 허위 사육명세서를 작성해서 정부 보조금을 더 많이 받아내는 등 병아리와 사료 값을 부풀리는 방법을 썼다.
자료에 따르면, 이들 대기업은 마리당 적게는 228원, 많게는 598원까지 들쭉날쭉한 병아리 값을 적용해 자신들의 몫을 챙겼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생산비, 원가 정도만 농가 보상금에서 자신들의 몫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해 왔으나, 병아리 실제 생산비뿐 아니라 아예 이윤까지 더해 살처분 보상금에서 챙겼다는 것이다.
한 농가에 제시한 하림의 사육비 지급명세표를 보면, 병아리 공급단가가 마리당 800원으로 실제 하림과 계약한 병아리 단가보다 350원이나 높았다. 하림이 농가가 받은 보상금에서 더 많이 떼어 가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하림은 지역소장이 해당 농가가 보상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실제 계약단가인 450원이 아니라, 당시 병아리 시세 800원을 적용한 가짜명세서를 제공했다고 실토했다. 실제로 하림이 2014년 2월 10일 작성한 이 사육명세표보다 6일 전 작성해서 농가에 전달한 사육명세표에는 병아리 단가는 450원으로 되어 있다.
이 농가의 경우, 토종닭 4만1000마리를 입식했다가 지난 2014년 1월 27일 살처분해 보상금 1억2000만 원을 수령했으나 실제로 지급받은 보상금은 병아리비 1989만 원, 사료비 6800만 원을 뺀 나머지 3212만 원에 그쳤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 육계산업을 대표하는 하림마저 국회의원에게 보고된 계열사 자료와 다르게 병아리값을 더 높여 재정산하는 갑질을 서슴지 않았다면 다른 계열사들의 횡포는 안봐도 뻔한 일"이라면서 "이렇게 교묘하게 계약농가들을 후려친다면 정부가 이번에 어렵사리 마련한 축산계열화 사업분야 불공정행위 근절대책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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