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11명 등에 대한 검찰의 동시 압수수색의 불똥이 민간인 사찰 사건에까지 미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비롯해 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 보수 인사들까지 검찰의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나라당 지도부도 표면적 입장은 '민간인 사찰 재수사'로 기울고 있다.
<조선> "검찰 수사 사건에는 '살아 있는 권력'이 있다"
보수신문을 비롯해 보수진영은 8일 잇따라 검찰을 질타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에 이어 8일 다시 사설을 통해 검찰의 민간인 사찰 관련 수사 태도를 비판했다.
<조선>은 '청목회 수사 시비 없애려면 '권력 의혹'도 파헤쳐야'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의원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검찰이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에 청와대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수사하면서는 청와대나, 사찰 배후로 거론되는 실세들의 근처에는 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청와대 하명'이라고 쓰인 총리실 문건이 나와도, 청와대 행정관이 사찰 증거를 지운 총리실 직원에게 '대포폰'을 만들어 준 사실이 밝혀져도 '증거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 의지와 능력이 도마 위에 올라 있는 이 사건들에는 모두 '살아 있는 권력'와 검사가 조·조연으로 등장하지만 청목회 사건에선 이런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도 '검찰수사 정도 걷고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현재 재계와 정치권을 향해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국민이 석연치 않게 바라보는 이유는 바로 공평성"이라고 지적했다.
이만섭 "약한 권력엔 강하고 강한 권력엔 약한 것이 우리 검찰이냐"
이만섭 전 의장도 쓴 소리를 쏟아냈다. 이 전 의장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약한 권력에는 강하고 강한 권력에는 약한 것이 우리나라 검찰이냐"고 꼬집었다.
이 전 의장은 "미국의 검찰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을 중도 하야케 했고, 일본 검찰은 록히드 사건으로 다나카 가쿠에이 수상을 체포하지 않았냐"며 "우리나라에는 이런 정의로운 검사가 한 명도 없다는 말이냐"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여당을 향해서도 "여야 없이 서로 협조해서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과거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에 대북 송금 문제에 대해 특검을 요구했고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에서 수용했었다"며 "이번에도 여야를 떠나서 이 문제는 당당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수사' 거론하는 한나라, 기류 변화? 국정조사 특검 저지 위한 방어선?
이 같은 분위기 탓인지 여당 내 기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일찌감치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에 이어 이날은 나경원 최고위원도 재수사에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나 최고위원은 이날 불교방송 <전경윤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실질적으로 아직 의혹이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재수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야당이 국정조사 혹은 나아가 특검을 요구하는 데 대한 저지선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야5당은 이날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민간인 사찰, 대포폰 게이트,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미진할 경우 특검을 요구한다"고 약속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5일 "사실관계를 확인해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재수사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지금까지 나온 것은 허위 주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검찰도 "범죄의도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나와야 재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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