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의 주장에 현실과 괴리된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4대강 사업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는 전제 말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만큼의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지난해에도 4대강 사업 예산을 거의 손보지 못했다. 민주당은 '소 잡는 칼'과 '닭 잡는 칼'을 혼동하고 있다.
다른 해석도 있다. '중앙일보'가 내놓은 해석이다. '전언' 형식으로 내놓은 '중앙일보'의 해석에 따르면 사정은 '자연 숙성의 결과'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대형사건 수사의 타이밍을 잡지 못해" 내사를 숨죽이며 진행하다가 "최근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 6.2지방선거 직전에 진행된 한명숙 수사는 뭐냐는 반문이 당장 튀어나온다. 또 수사 주체가 대검 중수부에 한정되지 않고 서울중앙지검 서울서부지검 서울북부지검 등이 망라돼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3의 시각도 있다. 개헌과의 상관성을 짚는 시각이다. 이명박 정권이 사정을 앞세워 정치권을 압박한 다음에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려 한다는 시각이다.
이 시각은 최소한의 정합성마저 갖고 있지 못하다. 개헌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반강제적으로 시도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시각이 갖고 있는 맹점은 구도를 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권형 개헌 구도가 세종시 구도와 흡사하다는 점, 다시 말해 분권형 개헌을 이루려면 야당의 동의 이전에 친박계의 호응부터 끌어내야 하고, 그러려면 사정을 통해 친박계부터 손 봐야 한다는 점을 이 시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선 사정으로 '죽나' 분권형 개헌으로 '죽나' 어차피 마찬가지라고 판단해 극력 저항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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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뭘까? 이명박 정권은 왜 지금 사정 바람을 지피고 있는 것일까? 눈 여겨 볼 건 행정구역 개편과 선거구제 개편이다. 사정이 정치권 압박용이라면 그나마 연결 지을 수 있는 게 바로 이 사안이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사정이 소기의 성과를 내어 정치권의 추잡한 장면을 한 컷 한 컷 인화한다면 그 결과는 궁극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정치 선진화 구호와 접목된다. 사정 결과가 정치 질서와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구호에 장단을 맞추고, 이 추임새는 결국 행정구역과 선거구제 개편으로 귀착된다.
여권에게 행정구역과 선거구제 개편은 당위적이고 원론적인 과제가 아니라 절박하고 현실적인 과제다. 한나라당 내 소장파 모임인 '민본21'이 '한국정책과학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1.6%가 '(다음 정권은) 다른 정당으로 바뀌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사실, 그리고 '헤럴드공공정책연구원'과 '데일리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26.6%만이 서울지역 국회의원을 재신임 하겠다고 응답한 사실을 고려하면 여권이 추진하는 행정구역과 선거구제 개편은 총선 필패를 방지하는 안전판이다.
정치 선진화 차원이든 총선 안전판 확보 차원이든 행정구역과 선거구제 개편이 절실하다면 사정은 더 할 나위 없는 카드다. 그것이 정치인의 '복지부동'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개별 정치인의 '밥그릇'과 직결되는 행정구역-선거구제 개편이 의원들의 '나홀로 준동'을 야기하는 반면 사정은 그런 '나홀로 준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야 의원 33명이 연루돼 있다는 '청목회 로비'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런 분석은 단서를 달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피라미'만 겨누고 '월척'은 겨누지 않는다는 단서, 사정 칼날이 '월척'을 겨냥할지언정 찌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서, 설령 '월척'을 찌른다 해도 선을 넘지 않는 차원으로 제한될 것이라는 단서다. 만약 사정 칼날이 다수 '월척'에 곧바로 꽂히면 야당의 극심한 반발과 여야의 극심한 대치를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윤활유가 아니라 재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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