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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뒤늦게 '천신일'을 뒤지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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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뒤늦게 '천신일'을 뒤지는 까닭

[김종배의 it] 천신일은 포석이 아니라 사석이다

한 언론이 평했다. 검찰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전격적'이라기보다는 '이례적'이라고 했다. 맞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어제는 천신일 회장이 도피성 해외출국을 한 지 두 달여 뒤이고, 언론이 천신일 회장 의혹을 집중보도한 지 석 달여 뒤이다. 증거를 인멸하고 은닉하기 전에 압수수색을 하기는커녕 피의자 도주까지 멀건이 지켜본 뒤에야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뒷북'을 친 것이다.

하지만 잘 볼 필요가 있다. 꼭 '뒷북치기'라고 볼 수만은 없다. 오히려 '포석깔기' 측면도 있다.

어제 나온 보도를 감안하면 그렇다. 한나라당의 두 L의원이 2008년 C&그룹의 임병석 회장한테서 대출청탁을 받은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보도였다. 이 보도가 나간 후 흘러나왔다. 한나라당의 두 L의원 모두 친박계 의원이란 '설'이 여의도에 퍼졌다. 더불어 감안할 게 있다. C&그룹 수사 초기에 나온 보도다. L, S, Y 등 전 정권 소장파 핵심들이 임병석 회장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썼다는 보도였다.

두 보도와 전언에 따르면 검찰의 타깃은 구여권과 친박계다. 친이계만 쏙 빠진 것이다.

검찰이 실제로 수사를 이렇게 진행하면 역풍을 맞는다.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반대세력 또는 견제세력을 압박하기 위해 검찰 권력을 동원했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검찰의 천신일 압수수색을 '포석깔기'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탕평수사'를 각인시키는 도구로, 정치적 역풍을 막아내는 방풍막으로 천신일 회장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지기이자 권력 실세'라는 수식을 친이계에 접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용없다. 읽힌 포석은 더 이상 포석이 아니다. 게다가 버리는 돌은 사석이지 포석이 아니다.

▲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연합

일찌감치 지적이 나왔다.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가 천신일 회장에게 건넨 40억 원의 금품 가운데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로비용 금품이 섞여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나왔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와 관련해 한 점 의혹도 풀지 않았으며, 천신일 회장의 금품수수도 단순 개인비리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지적에 비춰볼 때 천신일 회장은 어차피 버려지는 돌로 성격 규정된 인물이다. 게다가 정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그냥 한 개인으로 의미 규정된 인물이다.

검찰이 천신일 회장의 개인 비리 외에 구조적 비리, 즉 연임 로비 의혹을 캐지 않으면 소용없다. 구조적 비리를 캐면서 로비 대상이 됐을지 모를 정관계 인사를 솎아내지 않으면 소용없다. 천신일 회장을 앞세워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서도 칼을 들이댔다고 아무리 주장해 봐야 곧이들을 사람은 별로 없다.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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