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개혁적 중도보수'로 하겠다는 이른바 '좌클릭' 선언에 보수신문인 <조선일보>가 발끈하고 나섰다.
안 대표는 지난 2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당의 강령을 중도 개혁의 가치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겠다"며 "'70% 복지 시대를 여는 개혁적 중도 보수 정당'으로 국민 앞에 다시 서겠다"고 밝혔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중도를 아우르기 위한 포석으로 보여지는 안 대표의 선언을 <조선일보>는 27일 "'개혁적 중도보수 정당 한나라'의 정체성"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조선>은 "안 대표는 연설에서 '중도'라는 단어를 12번 사용했다"며 "안 대표의 말은 득표 전략의 상식을 당의 기본 줄기인 강령에 담겠다는 말이다. 꼭 그렇게 해야 하는지가 우선 의문"이라고 문제제기했다.
이 신문은 "한나라당의 현재 강령엔 '큰 시장·작은 정부의 활기찬 선진경제' '자생복지체제를 갖춘 그늘 없는 사회'가 들어 있다"며 "'작은 정부'는 정부 주도 복지의 낭비와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뜻으로, 안 대표가 얘기하는 정부 주도 복지 정책과 모순된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지향하겠다는 중도가 무엇이고, 보수가 무엇이고, 개혁이 무엇인지 분명한 개념부터 국민에게 제시하고 그에 맞춰 강령을 바꾸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안 대표가 '70% 복지'에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모범답안이 있는 듯이 말한 것도 길게 내다보지 못한 처사"라면서 "정부가 내년부터 2015년까지 소득 하위 70% 가구의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만 25조 원인데 작년 정부의 재정적자는 43조2000억 원이다. 작년 국가부채는 359조6000억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고 재정적자 문제를 강조했다.
이 신문은 "우파 정당과 좌파 정당이 서로 표를 달라며 복지 경쟁에 뛰어들면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며 "나라가 재정파탄의 낭떠러지에 떨어진 후에야 정부도, 정당도, 국민도 제정신이 들게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조선>은 "대한민국을 그런 낭떠러지로 몰고 갈 운전자들끼리 다음 시대를 놓고 선두 다툼을 벌이는 게 지금의 정치권"이라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사람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을 보수라고 내세운 적이 별로 없다. 보수라는 단어조차 쓰기를 꺼려왔다. 보수의 진실, 보수의 정의(正義), 보수의 정체성을 모르기 때문에 보수의 자존심조차 없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한겨레>는 이날 사설을 통해 안 대표의 '좌클릭' 선언에 대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념적 지향을 중도라고 말하는 국민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표를 의식한 고육지책"이라면서 "정치적 목적이야 어떻든 한나라당의 노선 변경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그러나 "한나라당의 노선 변경에 선뜻 박수만을 보낼 수 없는 것은 그동안 '말 따로 행동 따로'를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는 안 대표가 한나라당의 강령 변경 방침을 밝히면서도 당의 기존 정책과 노선에 대해서는 전혀 평가와 반성을 하지 않은 것에서도 뒷받침된다"고 실질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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