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검찰 기업수사를 거론하면서 말했다. "지금 야당에서 문제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집권 시절의 문제일 것이고, 정확히는 구 여당 것도 수사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가 구 여권을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물론 달리 해석할 여지는 있다. "집권당이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사정정국을 만들거나 특정인을 손보기 위해 하는 수사는 없기 때문에 (야권도) 염려할 것이 없다"는 말도 했으니까, "비리나 부패 혐의가 드러나면 성역 없이 수사하는 게 공정한 사회 아니겠느냐"는 말도 했으니까 그의 말을 원칙론으로 이해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아니다. 이렇게 인심 좋게 해석할 수가 없다. 이재오 장관의 다른 한 마디가 앞의 모든 말을 압도한다.
이 장관이 주장했다. "우리는 권력형 비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해외 도피 중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관련해서 "천 회장이 현 정권의 위력을 빌려 부패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오 장관의 말이 희한하다고 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재오 특임장관 ⓒ연합 |
그의 화법은 두 가지다. 여권의 비리에 대해선 단정 화법으로 부인한다. '없다'고 못박는다. 반면 구여권 비리에 대해선 추정 화법으로 인정한다. '있을 수도 있다'고 암시한다. 의혹의 윤곽이 드러난 여권 비리에 대해선 '없다'고 단정하면서 의혹의 얼개조차 잡히지 않은 구여권 비리에 대해선 '있을 수도 있다'고 암시한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을 대놓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밖에 없다. 여권 비리 수사와 구여권 비리 수사를 모두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 즉 검찰총장 정도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총장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검찰총장이 수사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해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게 관례요 원칙이다. 헌데 검찰총장도 아닌 이재오 장관은 대놓고 말한다.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버젓이 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부적절한 발언이다. 이재오 장관이 이명박 정권의 최고 실세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의 말이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거꾸로 볼 수도 있다. 이재오 장관이 이명박 정권의 최고 실세라는 똑같은 근거를 갖고 정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의 말이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그의 말이 수사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읽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읽으면 검찰 수사가 정치적 중립 원칙에서 일탈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니까.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