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이명박 정부를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언급했다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언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 쟁점으로 부상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박지원 원내대표가 사과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시 배석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심문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역공을 펴면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것.
'아슬아슬' 한나라 "시진핑이 종교 지도자냐, 재판관이냐"
포문은 한나라당이 먼저 열었다. 유기준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자청해 "박지원 원내대표가 G20 정상회의라는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외교관계에 결례가 되는 발언을 했다"며 "공당의 원내대표로서, 또 한 명의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비난했다.
유 의원은 김성환 외교부 장관을 향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시진핑 부주석의) 면담요록을 확인했느냐, 확인했다면 그런 발언이 있었느냐"고 질의해 "없었다"는 김 장관의 발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같은 당 김효재 의원은 "공당의 원내대표가 과연 할 수 있는 발언이었는지 의심스럽다"며 "김대중 대통령님께도 모욕일 뿐 아니라 시진핑 부주석에게는 더 있을 수 없는 결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상현 의원은 "외교를 국내의 정략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정말 야당 원내대표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며 "설사 100번, 1000번 양보해서 (발언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은 시진핑 부주석 개인의 생각인데 이것을 또 공개하고 소개하는 건 박지원 원내대표가 스스로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닌가"라고 몰아쳤다.
윤 의원은 "시진핑 부주석이 종교 지도자인가, 재판관인가"라고 반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만만' 민주 "박지원 원내대표도 국감장 세우자"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파문의 핵심을 이명박 정부의 '대중외교 실패'라고 규정하며 역공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김동철 의원은 "시진핑 부주석의 발언은 '김대중 자서전'에도 등장하는 내용"이라며 "한나라당은 야당 원내대표의 결례라고 주장하는데, 그만큼 이명박 정부의 대중(對中) 외교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냐"고 말했다.
최재성 의원도 "문제는 청와대가 보여준 일련의 '외교 마사지'"라면서 화살을 돌렸다. 최 의원은 "청와대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하토야마 전 총리가 '일본 같으면 자위권을 발동했다'고 언급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가 사과까지 해야 했다"며 "이처럼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일이 어디 한두 번이냐"고 꼬집었다.
송민순 의원은 "시진핑 부주석이 정확하게 그런 톤으로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 지도부는 물론이고 정부 안팎에서 한국의 한반도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저도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핵무기 없는 전직 수뇌부들의 회의에 갔을 때 (시진핑 부주석의 발언과) 유사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정동영 의원은 "사실관계를 따지려고 한다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주중대사,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의 최경환 비서관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했다.
정 의원은 "하지만 그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선 숙고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이 본격적인 '진실규명'에 돌입할 경우 오히려 여권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같은 당 박주선 의원은 아예 "국정감사 차원에서 규명해야 한다면 박지원 원내대표도 증인으로 채택해 심문하자"고 가세했다.
이에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이 문제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해서는 안 된다는 민주당 정동영 의원의 말씀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문제의 발단을 제공한 박지원 원내대표는 정말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재차 "누가 누구에게 사과를 요구하나, 한중관계를 악화시킨 장본인인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하면 그때 따져보자"고 반박하면서 공방이 이어졌다.
"면담요록 확인하자" vs "발언 전문도 아닌데 봐서 뭐하나"
이처럼 국정감사 시작 전부터 공방전이 벌어지자 한나라당 소속인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은 "당시의 면담요록이 준비돼 있으니 원하는 경우 비공개로 개별 의원들이 열람토록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면담요록이라는 것은 사실상 대화의 압축본이고, 예민한 부분은 양측의 합의 하에 빼기도 한다(최재성 의원)", "면담요록 확인은 부질없는 짓(박주선 의원)"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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