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소개한 '시진핑의 MB 훼방꾼 발언'의 진위를 놓고 '청와대-한나라당 연합군'과 'DJ-민주당 연합군'의 정치 공방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전날 청와대가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이적행위"라고 규정한 데 이어 21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도 아닌 내용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하는 것은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익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한중관계 발전에 장애를 초래하는 행위"라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안 대표는 "단순히 거짓말을 일삼는 것을 넘어 이제는 국가 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금도마저 무시하는 것을 보며 비애를 느낀다"며 "박 원내대표는 당장 국민과 대통령에게 깊이 사과하고 자성하라"고 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대사 등이 배석한 공식적인 자리에서 (시진핑 부주석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박 원내대표가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발언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건전한 정치 문화를 방해하는 훼방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남경필 "'한국 제 역할 못해 동북아 평화에 장애' 발언은 있었으나…"
정두언 최고위원도 "사실 여부를 떠나서도 국제관계에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이야기"라며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 어느 나라 주요 인사들이 우리 한국 정치인을 신뢰하겠느냐"고 비난했다.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도 "(시진핑 부주석이) 한국이 제 역할을 안 해주고 있어서 동북아 평화에 장애가 있는 거 아니냐 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당시 배석한 분이 얘기를 했다"면서도 "훼방꾼이라는 표현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논쟁에 가세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면담을 회고하며 "시 부주석이 '왜 현 한국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남북 교류협력을 하지 않으면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명박 정부는 교과서 문제도 있는데 왜 일본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노릇을 하느냐'고 말했다"고 전했었다.
청와대와 여당의 공격에 박지원 원내대표도 발끈했다. 그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저는 지금까지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해 본 적이 없다"며 "벌떼처럼 날아들어서 쏘아봐야 그렇게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 원내대표는 "청와대 대통령실은 뭐하는 곳인가. 만약 야당 원내대표가 이런 발언을 수차례 했다고 하면 모니터링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대통령께서 진노했다고 하는데, 저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시고 5년간 일해 본 사람으로 그 이상 대통령이 진노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나는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청와대 원내대표도 아니고 야당 원내대표다"라며 "박지원이 길들임을 당할 사람도 아니고 민주당이 그렇게 허술한 당이 아니다"라고 각을 세웠다.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도 "시 부주석이 '남북이 같은 동포·형제인데 미국을 향한 북한의 몇 가지 압박전술에 대해 흥분하며 감정적 대응을 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며 "훼방꾼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회담에 배석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이명박 정부의 정책 등이) '동북아 평화에 장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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