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재오 특임장관에 이어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까지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당내에서 본격적으로 개헌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당내 입장 정리를 위한 의총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왜일까? 왜 이렇게 개헌에 집착하는 걸까?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위)와 이재오 특임장관(아래) ⓒ연합 |
판이 완전히 바뀐다. 친박계가 선호하는 안이기에 여권이 분열하고 대립할 이유가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권력구조로 나왔기에 야당을 압박할 수도 있다.
물론 가정상황이다. '친이계가 수용한다면'이란 단서가 실현돼야만 현실화 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배제할 수는 없다. 친이계가 수용할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친이계가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친박계 때문이라는 것, 행여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승자 독식의 관행에 따라 친이계가 권력에서 배제되는 것은 물론 정치적 곤경에 처할 수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하지만 절충할 수 있다. 정부통령제를 도입하고, 부통령의 권한을 적절히 설정하기만 하면 친이계가 우려하는 상황을 어느 정도 약화시킬 수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공존구도를 형성해 대선에서 단일 대오를 형성할 수도 있다.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제할 필요까지는 없는 시나리오다.
아니어도 상관없다. 애당초 정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이 목표가 아니어도, 그래서 결국 개헌이 무산돼도 상관없다. 친이계,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에겐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이 '미끼상품'이 되어 개헌 논의를 본궤도에 올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서 정치공간을 열기만 하면 손해 볼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렇게 해서 연말까지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내년 상반기에 개헌 논의를 전개하면 여권 내 질서 재편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한다.
여지는 있다. 개헌 논의의 특성상 특정 개헌안을 먼저 제시한 뒤 '받을래 말래?'라는 식으로 윽박지르기는 어렵다. 백지 상태에서 중지를 모으는 형식을 취하는 게 상례다. 이 점을 고려하면 여지는 충분하다.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논의할테니 참여하라'고 요구할 여지는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이다. 김무성 원내대표의 말 가운데 밑줄 칠 대목이 눈에 띈다. "당내 입장 정리를 위한 의총 절차를 밟겠다"는 대목이다. 그가 말한 "입장"을 개헌안이 아닌 개헌논의로 해석하면 그가 강조하는 건 '제로베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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