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취임 이후 민생 탐방을 이어가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4일에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영세 상인들을 만나 "SSM 규제법안을 정기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강원도 평창의 배추 농가, 대전 중앙시장, 경기도 평택 쌀 농가에 이어 서울 성북구 정릉동 풍림아이원 상가를 방문한 손 대표는 "SSM 문제는 영세상인 생존권의 문제이며, 일자리 문제고, 자녀 교육의 문제"라며 "마음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찾은 풍림아이원 상가에는 조만간 홈플러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상가에는 이미 3개의 소형 슈퍼마켓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크지 않은 상가에서 홈플러스가 입점하면 소형 슈퍼마켓은 사실상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다.
손 대표를 만난 슈퍼마켓 주인 강성구(40) 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강 씨는 손 대표의 손을 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강 씨는 "손 대표가 와서 오늘은 홈플러스 인테리어 공사가 멈췄는데 돌아가시고 나면 저녁부터 또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손 대표의 손을 놓지 않았다.
강 씨가 정릉 풍림아이원 상가에 가게를 차린 것은 6개월 전이다. 강 씨는 정릉동에 오기 전에도 다른 지역에서 소형 슈퍼마켓을 했다. 그러나 바로 옆에 이마트가 들어서면서 강 씨는 결국 장사를 접어야 했다. 그리고 정릉동으로 옮겨온 지 6개월 만에 강 씨는 또 기업형 슈퍼마켓이라는 '괴물'을 만난 것이다.
강 씨가 손 대표에게 "서민은 대기업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닐 수밖에 없다. 나는 이제 도망갈 곳도 없다"고 호소한 것은 그런 이유였다.
이 같은 호소에 화답하듯 손학규 대표는 "대기업이 이 나라 경제를 위해 기여한 바를 충분히 인정하지만 대기업은 대기업의 할 일이 있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 특히 영세상인의 삶의 몫까지 빼앗아 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회성 이벤트 아니냐"는 한 상인의 질책에는 "'(정치인들이) 그저 한 번 나와보고 마는 것 아닌가' 하는 좌절감을 깊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알아 죄송스럽다"며 다시 한 번 관련법안의 정기국회 통과를 약속했다.
손 대표는 이어 "이명박 정부도 말로만 친서민을 외치지 말고 정말로 서민의 어려움을 함께 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책을 펴서 국민의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다면 우리는 뒷전에 물러서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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