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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시동거는 친이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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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시동거는 친이계, 왜?

[김종배의 it] 이재오의 '킹-킹 메이커' 간 보기?

우선 늘어놓자. 오늘 나온 두 개의 기사다.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권력분산형 개헌을 적극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단다. '한겨레'가 보도했다. 친이계인 이군현 한나라당 원내 수석부대표가 민주당에 개헌특위와 4대강특위를 맞바꾸자고 제안한 것은 김무성 원내대표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뤄진 일이란다.

줄기가 선다. 이 두 개의 기사를 종합하면 친이계가 개헌작업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이 또렷하게 부각된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며칠 전 관훈클럽 토론회에 나와 올해 여야가 합의하면 개헌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 사례까지 덧붙이면 능선의 윤곽은 더 또렷해진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오늘 나온 또 다른 기사도 있다.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실무 참모진에게 시장 임기와 관련한 단정적인 언급은 되도록 피하라는 지침을 내렸단다. 서울시장 임기를 채우겠다는 애초의 입장을 뒤집고 차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지침이란다.

앞의 두 개 기사와는 무관한 보도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친이계가 개헌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하고, 그 여파로 여권에서 차기를 둘러싼 정치게임이 조기에 본격화한다고 가정하면 그렇다. 오세훈 시장의 지침을 그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예비동작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보니 궁금해진다. 친이계는 정말 개헌이 가능하다고 보는 걸까?
▲ 이재오 특임장관 ⓒ연합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친박계는 친이계의 개헌 시도를 '박근혜 죽이기'로 보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개헌에 부정적인 손학규 대표 체제로 정비됐다. 여야 합의는 고사하고 여여 합의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을 추진하면 친이계만 손해를 본다. 정권에 불리한 이슈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지금, 친박계와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평온한 요즘 괜스레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돌려 묻는다. 친이계는 왜 개헌을 추진하는 걸까?

물론 배제할 수 없다. 상황보다 믿음을 우선시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의 스타일을 배제할 수 없다. 세종시를 놓고 그랬고 4대강을 놓고도 그렇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게 아니라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태도로 임했다. 개헌이라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거칠다. 이런 분석은 다른 사안과는 달리 여야 합의 하에 추진해야 하는 개헌의 특성을 무시한 분석이다. 합의 정신을 무시하면 혼자 '정치적 독박'을 쓰는 개헌의 또 다른 특성을 무시한 분석이다.

그래서 달리 본다. 개헌 추진 주체를 친이계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으로 좁혀서 본다. 그럼 어느 정도의 해석이 가능하다.

이미 여러 분석이 나왔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킹메이커'를 자임할지, 아니면 스스로 '킹'이 되려고 하는지를 두고 이런 저런 분석이 나왔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최근의 개헌 추진 움직임을 읽으면 하나는 분명해진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정치적 활동공간을 넓혀준다는 점이다.

특정 정책 사안을 놓고 이재오 특임장관이 움직일 공간을 그리 넓지 않다. 기껏해야 여여, 여야 사이에서 기름칠을 하는 보조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르다. 개헌 문제는 순수 정치문제이기 때문에 이재오 특임장관이 전면에 나설 공간을 열어준다. 그가 깃발을 들고, 깃발 주변에 사람을 모이게 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면 이재오 특임장관은 국민에게 낯을 선 뵐 기회를 더 많이 얻고, 여권 내부의 세력·질서 개편에 직접 개입할 통로를 더 넓게 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재오 특임장관에겐 기회다. '킹'과 '킹메이커' 사이에서 '간 볼' 여지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나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에겐 기회다. 개헌 추진 움직임이 끝을 보지 않아도 그에겐 공간이 열린다.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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