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구강 상태를 직접 보여주겠다는 김 후보자를 여야 국회의원들이 만류한 것. 지난 75년 징병검사에서는 현역 판정을 받았던 김 후보자는 2년 뒤 '선천성 부정교합으로 인한 하악 탈골(아랫니가 윗니보다 돌출돼 생기는 선천적 장애)'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국민들이 웃다가 턱빠질라"…"나훈아도 아니고, 뭘 보여준다고?"
민주당 신낙균 의원은 "현역 판정을 받은 뒤 2년 만에 보충역 판정을 받았는데, 어느 정도로 위중한 질환인지 모르겠지만 같은 기간 동안 김 후보자는 오히려 4㎏ 체중이 늘었다"며 "턱이 빠져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을 텐데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본인이 아니라 국민이 웃다가 턱이 빠지겠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같은 당 최재성 의원은 "제가 알기로는 후보자가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을 안다"며 "습관성 탈구라면서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도 "지난 1년 동안 턱관절 이상으로 병역을 면제받거나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경우는 단 3명으로 비율로 보면 0.001%에 해당한다"며 "후보자는 참으로 억세게 운이 좋은 분"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박 의원은 해당 질환에 해당하는 구강구조와 김 후보자의 사진을 직접 비교하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논란이 벌어지자 김 후보자는 "제 신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제 이 상태를 보여 드리겠다"며 "의원님께서 보시면 바로 납득을 하실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공개 검증'을 제안한 발언이다.
이에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오전 질의를 마친 뒤 여야 간사, 그리고 박선영 의원님과 외통위원장실에서 비공개로 진행하자"고 제안했지만, 곧 여야 의원들은 이를 만류하는 모습이었다.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은 "대통령도 계시지만 외교부 장관은 국가의 얼굴인데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며 "도대체 웃음거리, 코미디가 아니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불법이 있으면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고, 국회의원들이 전문가도 아닌데 (구강상태를) 보고 뭘 어쩌겠다는 것이냐"며 "공개든 비공개든 하지 않는 게 맞다"고 했다.
같은 당 구상찬 의원은 "저도 김영우 의원의 말씀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며 "대한민국의 얼굴이 될 분의 입을 벌리게 해서 국회의원들이 치아를 본다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선진당 박선영 의원도 "후보자가 직접 보여주겠다고 말한 것이지 어떤 의원도 보자고 한 적이 없다"며 "가수 나훈아도 아니고, 뭘 자꾸 보여준다는 것이냐"고 했다.이에 남경필 위원장은 "여야 의원님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 절차는 생략하도록 하겠다"라고 정리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김성환 후보자는 "처음 신체검사에서는 증세는 있었지만 심각하지 않아서 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조심하지 않으면 지금도 턱이 계속 빠진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주위에서 '당신은 왜 이렇게 입을 작게 벌리고 이야기하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이후에 생긴 습관"이라며 "병역을 일부러 기피한 적이 없다"고 했다.
▲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
작전주 몰빵-다운계약서 공방…'허위학력'은 시인
재산을 둘러싼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33년 공직생활에 신고 재산이 4억3000만 원이면 오히려 후보자는 재테크에 무능한 분이 아니냐"며 "도덕성 문제는 그렇게 정리하면 좋겠다"라고 거들었지만, 야당 의원들의 문제제기는 계속 이어졌다.
특히 '작전주 투기' 의혹과 두 건의 다운계약서 작성 사실이 주로 거론됐다. 김 후보자는 우즈베키스탄 대사로 재직하던 지난 2003년 신규 상장사인 '코어세스' 주식을 보유하기 시작해 2004년에는 다른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이 종목만 모두 9870주를 보유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해당 종목은 김 후보자가 9870주를 보유한 시점으로부터 최종 13.7배가 급등했고, 최근 상장 폐지됐다"며 "후보자는 몰랐다고 해도 전형적인 작전주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증권사 추천 종목을 보고 매수했고, 해당 주식을 4년이나 보유하고 있었는데 작전주라면 그렇게 오래 보유했겠느냐"고 반박했다.
다운계약서 논란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제가 작성하지 않았다"며 "당시 관행에 따라 세무서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피해 갔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후보자가 관행이라는 말을 너무 자주 쓰고 있다"며 "조세포탈은 범죄행위다, 세금을 포탈했으면 반성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당시에는 일정 기준 이상으로 신고하는 것은 적법했다"며 "세무 당국으로부터 불법이나 조세포탈이 아니라는 유권 해석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후보자는 학력을 허위로 표기해 왔다는 민주당 최재성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시인했다. 최 의원은 "후보자는 대학원에서 제적당했고, 수료 기준인 학점 3.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대학원을 수료했다고 해 왔다"며 "사과해야 할 일이 아니냐"고 했다.
김 후보자는 "저는 수료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제적을 당했다는 사실도 오늘 오전에 서울대 측에 전화를 해 보고야 알았다"며 "저의 불찰이다, 분명히 인정한다"고 답했다.
"김태효가 더 세다고 한다" vs "나에 대한 모욕이다"
외교부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 문제도 검증의 대상이 됐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일개 비서관에 불과한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 대외적으로 나서서 남북관계 해빙 무드를 깨고 있다"며 "김태효 비서관이 외교안보수석을 대신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경향, 한겨레, 신동아, 프레시안 등의 보도에 따르면 '김태효가 김성환보다 세다', '대통령과 더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며 "장관이 되더라도 외교안보 정책의 주도권은 김태효 비서관이 잡고 장관은 질질 끌려다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청와대 시스템은 수석 위주로 돼 있고, 김 비서관은 제 지시를 받고 있다"며 "김 비서관이 선거 캠프에 참여했고, 저는 정부 구성 이후 참여해서 그런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저에 대한 모욕"이라고 불쾌한 기색도 드러냈다.
한편 '특채 파동' 등 최근 외교부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김 후보자는 "저는 과거 외교부에서 인사과장, 기획관리실장도 거쳤다"며 "외교부 출신이기 때문에 개혁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각별히 유념해 외교부를 확실하게 바꾸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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