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딸의 '특채 논란' 끝에 사임한 유명환 전 장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현재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유 전 장관이 '심리적 충격'과 일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일정 등을 이유로 국회 출석을 거부하자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 것.
여야, 국감 거부한 유명환 비난 '한 목소리'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딸 문제로 현직 외교부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린 장본인이 자기 혼자 살겠다고 해외로 도망갔다"며 "국제적인 망신이며, 자신들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장관에서 물러난지 5일밖에 안 된 사람에게 특강을 요청하는 외국의 기관이 어디 있겠느냐"며 "휴양을 해야 할 사람이 특강 제의를 받아들였다는 것도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도 "유명환 전 장관이 건강상 문제로 해외 요양 중이이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외통위 남경필 위원장도 "증인 불출석은 매우 유감"이라며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과 자신이 봉직했던 국가기관에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환 전 장관은 앞서 국회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서 "사임 이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급속히 건강이 악화돼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환경을 바꾸기 위해 다소 일찍 출국해 현재 요양 중"이라고 밝혔다.
또 유 전 장관은 "4∼5일 야치 쇼타로전 일본 외무차관의 초청에 따라 일본에서 도쿄대, 게이오대, 와세다대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일 관계에 대해 강의하는 일정이 있다"고도 했다.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을 신임 외교부 장관에 내정했지만, 아직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날 국정감사는 피감 기관인 외교부의 수장이 출석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
외교부가 각종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점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유기준 의원은 "언제부터 우리 외교부가 이렇게 솔직하지 못하고, 숨어서 일한다는 느낌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며 "외교부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유감"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도 "자료를 요청하면 반드시 제출하는 것이 필수적인 의무사항"이라며 "공개돼서는 안 될 부분이 있으면 사전이나 사후에 공개하고 이해해달라는 부탁만 하면 되지, 자료 자체를 제출하지 않고 이유를 대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차라리 국감 중담하자"
민주당 측은 '국감 중단'까지 요구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원혜영 의원은 "이미 특채자 명단이 공고돼 있는데 해당자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자료 제출을 할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의구심을 회복하고 대한민국 외교를 책임지는 외교부와 외교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국감에서 더 이상 감사할 수 없다, 국감을 중단해 달라"고 했다.
같은 당 김동철 의원은 "외교부가 여러 비리와 관련해 내부 제보자 색출에 혈안이 돼 있다고 하더라"며 "나중에 사건이 잠잠해지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려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신각수 외교부 제1차관은 "자료를 안 내겠다는 것이 아니다, 제출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신 차관은 "특채 파문과 관련해 외교부가 국민적 의혹을 적당히 넘기려는 것으로 말씀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외교부 차원에서 오히려 직원들을 독려해서 여러가지 제보를 통해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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