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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총리' 김황식의 예고된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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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총리' 김황식의 예고된 비애

[분석] '청문회 통과' 말고는 역할 불분명한 '원 포인트 총리'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30일 모두 마무리됐다.

봐주기 논란을 의식한 민주당의 급작스러운 공세 모드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예상대로 '마지막 한방'은 없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김 후보자는 1일 임명동의안 표결 절차를 거쳐 후보자 딱지를 뗄 것으로 보인다.

'김황식 내각'의 국무회의, 상상만 해도…

본격적인 검증 국면이 시작되기 전부터 김황식 후보자마저 낙마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거의 유일한 인사의 기준으로 삼은 결과다.

예상대로 김황식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했다. 하지만 '국무총리 김황식'의 앞날은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흔들리는 것은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는 총리직의 위상이다.

지난 정권들에서도 총리가 실권을 행사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에서 DJP 연합에 따라 총리직을 맡았던 김종필,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이해찬 전 총리 정도가 실질적인 '책임 총리'로 평가된다.

김영삼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당시 사사건건 김 전 대통령과 충돌하다 취임 127일 만에 "법적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는 안 한다"며 총리직에서 물러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는 이회창 대표의 '대쪽 이미지'와 맞물려 오히려 그의 정치적 자산이 됐지만, 총리직이 사실상 마지막 공직일 김황식 후보자와는 무관한 이야기다.

▲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참석한 이재오 특임장관. ⓒ연합뉴스

오히려 김황식 후보자는 '특임 총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재오 특임 장관을 비롯해 이 정권의 실세 장관들을 줄줄이 모셔야 할 판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지난 인사파동으로 임기를 연장하게 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밑그림을 그린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 적어도 권력과의 밀착도에 있어선 김 후보자가 명함을 내밀 여지가 없다.

유명환 전 장관의 후임으로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마찬가지다. 집권 후반기 이 대통령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각종 친(親)서민 정책의 주도권은 청와대 쪽으로 쏠려 있다. 쟁쟁한 실세 장관, 측근 장관들에게 둘러쌓인 김황식 후보자가 내각에서 장악력과 리더십을 발휘할 공간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역할론'도 불분명하다. 최악의 인사파동 끝에 낙마하기는 했지만, 전임 김태호 후보자의 경우는 차기 대선구도까지를 의식한 일종의 정치적 포석이었다. 정운찬 전 총리에게도 '세종시 방패막이'라는 분명한 소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김 후보자에게 그러한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까지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이 정권의 '뒷문을 닫는' 역할도 그의 몫은 아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특별한 흠결이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그의 등장으로 '병역면제 정권'의 마침표가 찍혔다는 점은 두고두고 '김황식 내각'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에서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에 이어 국무총리마저 군대를 가지 않았다"면서 당정청의 수뇌부를 싸잡아 '병역면제 삼총사'라고 비꼬았다.

이렇게 보면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김황식 후보자의 '우는 소리'도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을 명예롭게 마치는 게 소망이었다"며 "뜻밖에 감사원장, 총리 제의가 왔는데 결코 제가 맡고 싶지 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지금 순간에도 총리직을 원하는 상태가 아니다", "속된 말로 '무슨 팔자가 이러나'라고 생각한다"는 등의 푸념도 쏟아졌다. 그 위상과 역할이 모호한 '허수아비 총리'의 운명을 예감이라도 한 것일까. 본인은 물론이겠거니와, 그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에서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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