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수준인 1.03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도 합계출산율이 1.9명으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의 인구변화는 저출산고령화로 특징되는 인구통계학적 의미와 함께 '세대의 변화'라는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 딜타이(Wilhelm Dilthey)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기에 어떤 큰 사건을 함께 체험하고 영향을 받은 연령대를 '하나의 세대'라고 하였고, 그 세대는 공통된 사고 및 행동방식을 갖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한국사회의 사회적·정치적 영향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세대는 '386세대'로 지칭된 연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다자녀의 일원으로 태어나 젊은 시절에 민주화의 격동과 커다란 사회변동을 겪으면서 사회적 중추로 성장하였고, 주로 1990년대에 태어난 자녀를 두고 있다.
지난 몇 년에 걸쳐 최저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출생아수, 합계출산율이 이들의 자녀세대에서 반전되지 않는다면 인구절벽의 풍광은 훨씬 더 기이해질 것이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격차, 양성평등에 대한 문화적 지체, 최근에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는 자녀세대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386세대는 6.25한국전쟁이 끝난 후 나타난 '베이비 붐'의 수혜자(?)다. 박정희 군사독재 정부는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며 산아제한운동까지 벌였다. 전쟁이 끝나면 아이를 많이 낳는 경향이 있지만, 전쟁을 면하고 태어난 세대가 그들의 자식에게 '전쟁과 평화의 기로'를 남겨두고 출산율 운운하는 것은 온당치 않을 것이다.
최근 한반도 위기 상황의 핵심적 행위자로 부각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올해 33세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386세대가 태동하던 시기에 태어났지만,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군통수권을 쥐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젊은 편이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거의 40년 차이가 난다.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북한 지도부의 급격한 세대변화는 비슷한 연배의 대칭적 관계에서 역사적 미제의 해결을 기약했을지 모를 386정치세대에게 커다란 무기력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 세대의 능력과 한계에 커다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사드 배치의 과정도 예외는 아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예능정치가 파산하고 철창 안에 갇혔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역사적 맥락에서 이탈한 '또 다른 예능정치'가 쇼맨십 강한 미·일 정상의 행태와 맞물려 '광화문 부채춤'을 재연하고 있다.
중년이 된 386세대가 과거의 주도적 변화역량이 감퇴하면서 국제역학에 순응하는 경향이 가속화되면서, 단독정부와 전쟁으로 구조화된 '48년 체제'의 악순환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할 가능성이 역력해지고 있다.
93세의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장문의 성명에서 미국이 앞으로 북한과 평화조약을 맺어야 하고, 이를 북한과 우방에게 분명히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관파천(俄館播遷)의 역사를 모를 리가 없는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게 조선검을 선사했다고 한다. 가슴에 검을 품고 운전대를 단단히 잡으라는 은유로 받아들인다면 지나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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