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추이가 시사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정치적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배타적이고 비타협적인 계파 수장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것이다. '차가운 원칙'에서 벗어나 '따뜻한 스킨십'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박근혜 전 대표를 둘러싼 정치 환경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박근혜 전 대표가 '따뜻한 스킨십'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은 상황 덕이다. 친이와 친박이 휴전한 상황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가 원칙과 입장을 떠나 스킨십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휴전 상황은 언젠가 깨지게 돼 있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당헌을 고쳐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의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하니까, 이를 통해 박근혜 대항마를 키우려 한다니까 그리 먼 훗날의 일이 아니다. 친이가 다시 공세에 나서면, 그래서 휴전상황이 깨지면 박근혜 전 대표의 '따뜻한 스킨십'은 '뜨거운 마찰'로 변질되게 돼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따뜻한 스킨십'은 시한부 몸짓이다. 지속될 수도 없고, 지속해 봤자 자극도 없는 스킨십이다. 모래성 위에서 벌이는 허망한 순간 몸짓에 불과하다. 그래서 궁금하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박근혜 전 대표인데 왜 공을 들이는 것일까?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박근혜 |
주목할 게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차기 길을 열 '킬러 콘텐츠'로 갈고닦는다는 '따뜻한 보수'다. '복지국가론'을 정책적 방편으로 삼는 '따뜻한 보수' 노선 말이다.
묘하게도 겹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금 보이는 '따뜻한 스킨십'과 앞으로 내놓을 '따뜻한 보수' 노선의 이미지가 겹친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인사들 뿐 아니라 자신의 트위터 팔로워 한명 한명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전하는 것과 '따뜻한 보수'의 대상이 겹친다.
이 점을 근거 삼으면 이런 해석이 가능해진다. 박근혜 전 대표의 스킨십은 내부용이 아니라 외부용이다. 당 안팎을 냉온탕으로 갈라 여기서 다르고 저기서 다른 모습을 보이면 '노골성'이 부각되니까, '따뜻한 스킨십'의 정략성이 부각되니까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당 안팎 모두를 찬물에서 미지근한 물로 만든 다음에 한쪽은 천천히 식히고 한쪽은 천천히 가열코자 하는 것이다. 친이가 당내 온탕에 찬물을 붓기를 기다리면서 당밖 온탕에 장작불을 지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이런 외연 확장전략이 먹혀들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런 전략은 박근혜 전 대표의 일방적이고 임의적인 전략에 불과하다. 친이의 전략적 대응을 고려치 않은 반쪽짜리 전략에 불과하다.
친이의 찬물 끼얹기가 그렇게 단순하고 투박할 것 같지 않다. 계파 논리를 앞세워 정치공세를 펴는 것만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의 '킬러 콘텐츠'에까지 찬물을 끼얹으려 할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한 사회' 화두를 앞세우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비전위원회를 설치해 남북·복지 분야에서 유연한 정책을 개발하려고 하는 걸 보면 그렇다. 이러면 박근혜 전 대표의 '따뜻한 보수'는 전유물이 아니라 공유물이 되고, 그의 '따뜻한 스킨십'은 '미지근한 접촉'으로 한정된다. 물타기가 돼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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