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청와대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사드 관련 발언을 공개하며 비판 여론에 간접적인 반박을 했다.
이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참고용'으로 보낸 내용은 지난 4월 19일 대선후보 2차 TV 토론 때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했던 발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다음 정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불가능해질 것이고 북한의 국제 고립이 더 심해져 체제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걸 분명히 밝혀줄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청와대가 이를 공개한 까닭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언급했던 수순대로 사드 배치가 이뤄졌음을 환기시키려는 취지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중요한 상황변화에 따라 사드 추가 배치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과거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며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적 동의를 강조했던 발언을 뒤집고, 잔여 발사대를 배치한 데 따른 비판론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선후관계가 틀렸다.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지시한 시점은 북한의 6차 핵실험(9월 3일) 이후가 아니라, 지난 7월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직후 소집된 NSC 전체회의 뒤에 나왔다.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사드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를 포함, 한미간 전략적 억제력 강화방안 즉시 협의"를 문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발표했다. 이 지시에 따라 환경부의 소규모 환경영향 평가 발표 등 사드 추가 배치를 위한 수순밟기가 시작된 것이다.
청와대의 해명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지난 7월 사드 추가 배치를 결정하게 된 뒷배경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7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한미 양국의 공식 입장은 사드는 주한미군과 한국을 방어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과는 상관 없는데 ICBM 발사 직후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정 대표는 "6월 말 미국을 방문했던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맥마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사드 잔여 발사대를 배치하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는 북한의 6차 핵실험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성급하게 수용하면서 이뤄진 조치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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