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심각한 건 전세값 상승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등의 여파로 시장참여자들 중 대다수가 실질구매력의 위축으로 말미암아 주택을 매수할 능력이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설령 주택을 매수할 능력이 있는 시장참여자들도 주택 가격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매수에 소극적이다. 대내외적 경제 여건으로 볼 때 이런 환경이 조속한 시일 내에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전세시장은 매매시장과는 달리 투기적 가수요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 말은 전세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수요와 공급을 거의 정확히 반영한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현금의 구조적 전세가격 상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공급확대 정책이 긴요하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매매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까지 불사하면서 정작 중산층과 서민들의 이해관계가 직결된 전세시장 정상화에는 오불관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오불관언이라는 평가가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매매시장 활성화를 통한 전세시장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데다 전세금 대출 확대를 통해 전세가격 상승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내외적 경제여건상 정부정책만으로 매매시장 활성화를 추동하는 것이 무리인데다 그 해악이 지대하다는 점, 전세금 대출확대를 통한 전세시장 안정화 조치도 가뜩이나 심각한 가계대출만 키울 뿐이라는 점에서 낙제점을 면키 어렵다.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지닌 사회적, 경제적 함의
▲ 전세대출 확대 등 대책만으로 현재 전세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뉴시스 |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늘려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린다는 것은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일단 중장기적으로 전세 및 매매시장 안정의확실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다. 아울러 건설경기 부양 및 고용창출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 무익할 뿐 아니라 유해하기까지 한 4대강 살리기 사업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정책인 셈이다.
한편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건설한다는 것은 향후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성격 재편과도 관련이 있다. MB정부 하의 주택정책기조는 'self-ownership society'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는 부시 행정부의 파산에서 보듯이 독이 될 수도 있는 정책 기조이다. 대한민국의 자가비율은 선진국들과 비교해보아도 낮은 수준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주택정책이 자기소유와 임대 중 어느 것을 지향하는 것이 옳은지, 자기소유와 임대의 비율은 어느 정도 수준이 적정한지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공임대주택 건설은 그런 고민을 생산적으로 발전시키는 단초 역할을 할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건설도 좋지만 예산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예산 걱정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하면 2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원이 마련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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