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참혹한 인권유린이 벌어졌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486.44km를 걸어 청와대로 가는 23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6일 오전 11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피해생존자(실종자, 유가족)모임은 형제복지원이 위치해 있던 부산 주례동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27일까지 23일간 서울 청와대 앞까지 '국토대장정'에 돌입했다.
10여 명이 참여한 국토대장정단은 이날 부산을 출발해 하루 8시간씩 22km 상당을 걸어 오는 27일 청와대 앞까지 486.44km를 행진할 예정이다.
피해생존자모임은 이날 출정선언문을 통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형제복지원 안에서 짐승 같은 삶을 강요당한 채 살아야 했다"며 "그러나 30년 전 형제복지원이 폐쇄될 때 자유를 찾은 우리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어 "우리는 이곳에서부터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 청와대로 걸어갈 것이다"며 "자국민을 상대로 국가가 저지른 폭력을 문재인 대통령께서 잊지 않고 기억해 형제복지원 사건이 조속히 진상규명이 되도록 해 줄 것이라 믿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생존자모임은 이번 국토대장정을 통해 대구에서는 '대구 희망원사건 피해자와 대책위원회'를 진행하고 세종에서 '수용시설 폐쇄! 탈시설 정책 수립'을 수원의 경기도청을 방문해 '안산 선감도의 선감학원 사건 진실규명'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번 국토대장정의 출발점인 부산 북구 주례동 산 18번지는 지난 1975년에 이주한 형제복지원 옛 부지로 3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 수용소였다.
지난 1975년 박정희정권때 거리의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매년 3000명 이상의 무연고 장애인, 고아, 일반 시민 등을 불법 감금 수용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형제복지원에서 사망한 이는 최소 551명으로 알려졌다.
피해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인원들은 벽돌 제조부터 산 깍기, 땅고르기, 건물 세우기 등 모든 것이 수용인들의 강제노역으로 이뤄졌고 제대로 먹지 못한 채 기계 장비 하나 없이 모든 것을 손으로 만들었던 강제노역을 당했다.
이 수용소는 완벽한 감금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성폭력과 구타, 학대 등이 이어지는 인권유린 사건이 끊이지 않았지만 국가는 보호와 사회안전이라는 명분을 들이대며 자유를 앗아갔다.
앞서 지난 19대 국회에서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법안으로 발의됐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됐고 20대 국회에 들어서 지난 2016년 7월 다시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발의됐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진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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