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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장사꾼' 트럼프에 문재인 '자주국방'은 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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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장사꾼' 트럼프에 문재인 '자주국방'은 호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한반도 군비 경쟁 악순환 우려

청와대는 5일 미국 측이 언급한 '수십억 달러의 미국산 무기 구매' 문제를 진화하느라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전날 이뤄진 한미 정상 통화와 관련해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수십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무기와 장비를 구입하는 걸 개념적 승인(conceptual approval)했다"고 밝힌 데 따른 혼선이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은 국방협력을 통해 동맹을 강화하고, 한국의 방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합의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백악관은 지난 1일에도 양국 정상 통화 내용을 브리핑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군사 장비에 관한 한국의 계획된 구매를 개념적으로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이렇다. 우선 "정상 통화에서 무기 구매에 대한 협의는 없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백악관의 발표에 대해선 "미국이 한국에 필요한 첨단무기 또는 기술도입을 지원하는 협의를 진행해나가자는데 원칙적으로 합의를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그런 맥락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그간 협의 과정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군의 3축(북한 수뇌부 정밀 타격 전력인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대량응징 보복체계) 체계 조기 구축 등 국방력 강화가 긴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위한 협력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를 위해 양 정상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 필요한 첨단 무기 또는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시켜나간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했다.

백악관과 청와대의 발표를 종합해 볼 때,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서 명시적으로 '수십억 달러의 무기 구매'에 관한 계약이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에 구매가 예정되어 있던 무기 체계 도입에 관한 전반적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점은 청와대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억지 전력으로 강조해 온 3축을 체계 구축을 위해 감시·정찰 자산인 글로벌 호크 등과 PAC-3, 킬체인 전력인 F-35 스텔스 전투기 등에 대한 구매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전시작전권 환수를 염두에 두고 추진하고 있는 '자주 국방' 전력의 근간이 되는 무기 체계들이다. 최근 정부가 내년도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6.9% 증가한 43조1000억 원을 편성하면서 이를 언급하기도 했다. 군은 내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방위력 개선비로 78조2000억 원을 쓰기로 했다

이처럼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 문 대통령의 자주국방론,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비즈니스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질 경우, 한반도에 전례 없는 군비 증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동맹국에 대한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미사일 정국을 구실로 한국에 본격적인 '안보 장사'에 나섰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한미 미사일 지침의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합의해 준 댓가로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판매를 기정사실화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 무기 시장의 '큰 손'이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이래 지난해까지 한국이 도입한 미국산 무기는 총 36조360억 원어치로 1위 수입국에 올라있다.

더욱이 미국산 무기를 일단 구매하면 수리와 정비 비용으로 지속적인 지출이 이뤄진다. 통상적으로 무기 구매 비용의 약 1.5배가 무기체계 운용유지비로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백악관이 무기 구매와 관련해 '수십억 달러'라는 액수를 적시함으로써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판매를 위한 사전 포석을 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에 한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그 비용을 10억 달러(1조1300억 원)로 추산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 같은 미국산 무기 구매 논란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트럼프 관리 비용 차원에서 한국 정부의 무기 구매 비용이 불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정 대표는 "자주국방을 명분으로 한 무기 구매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이 3축 체계를 구축하는 동안 북한의 핵무기도 다양화, 다종화 될 텐데, 이런 방식으로는 전작권 환수의 조건을 달성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상위 과제 해결도 더욱 요원해 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한반도 긴장을 이유로 무기 판매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군산복합체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구조화되면 미국의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도 더욱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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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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