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청와대 조찬간담회에서 삼성, 현대차, LG, SK 등 재벌 총수들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상생협력에 앞장 서겠다"고 몸을 바짝 낮췄다.
전경련은 이명박 대통령과 재벌그룹 총수들 앞에서 '상생협력'관련 보고를 하면서 "'상생협력'에서 '동반성장'으로 인식의 전환 필요하다"며 "대기업과 협력사가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기존 실무부서 차원의 협력을 전사적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지난 7월 28일 제주도에서 열린 하계포럼에서는 개회사를 통해 "나라가 올바르게 나가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한 바 있다. 이날 그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전경련 "납품단가도 인상하고 지원도 강화하고"
정병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2010년 30대 그룹 소속 83개 기업의 협력사 지원은 3조 7836억 원으로 전년대비 38.6%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공정거래 협약에 참가한 76개 대기업의 지원규모는 납품단가 인상 1조 1500억 원을 포함한 3조 6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또 "협력사 지원이 증가하는 추세이나 경영애로 해소를 위한 자금지원 중심으로 되어 있어 자생력 강화 차원의 기술개발 지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1차 협력사 중심의 지원으로 2·3차까지 협력 확산이 미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의 이후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의 설명은 오히려 더 구체적이었다. 김 대변인은 "1차협력사 위주로 진행되던 자금지원, 기술개발, 품질관리, 인력양성 등 협력 프로그램을 2, 3차 협력사로 확대하고 1차 협력사 평가 시 2차 이하 거래업체에 대한 현금결제 등 협력실적을 반영해 동반성장 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설명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또 "CEO 주도하에 전사적으로 동반성장 추진하고 평가시스템 구축한다는 내용으로 궁극적으로 기업 내 문화로 정착하겠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회장님'들의 이구동성 "직접 챙기겠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처음으로 납품업체들을 돌아봤는데 서류나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면서 "협력업체와 함께 가야 하는데 전문경영인들은 월급쟁이라 이런 일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사장단 인사고과에 협력업체 돕는 실적을 보겠다"고 말했다.
KT 이석채 회장도 "실무진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실무진들이 오랜 기간 '갑을 문화'에 젖어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혹시 위험 부담이 있지 않을까,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책임을 아래로 돌렸다.
두산그룹 박용현 회장은 "상생과 협력방안 지원을 위해 회장 직속으로 상생 운영 지원팀을 시작했고 자회사는 사장 직속의 상생협력추진팀 운영 중인데 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9월 말에 삼성 사장들과 1, 2, 3차 협력업체 대표들이 다 모여 워크숍을 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요컨대 그룹 회장들이 직접 챙기겠다는 이야기다. 이에 이 대통령은 " 여기 와 계신 대기업 총수들이 마음 먹으면 그거 하나 못하겠냐"고 화답했다.
한국 재벌기업 문화로 볼 때 '회장이 나서야 일이 된다'는 주장은 일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동반성장하자고 하지만 모든 것을 규정이나 법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이 대통령의 말과 '전문경영인들은 월급쟁이라 이런 일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발언에서 '황제경영의 그림자'를 지우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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