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적이다. 청년 창업을 위해 수많은 예산을 쓰고 있지만 창업을 하는 순간, 온갖 규제로 고통을 당한다. 심지어 정부 산하단체가 청년창업자를 고소·고발을 하며 사업을 방해한다. 정부의 이런 행태에 반복적으로 당하던 한 청년기업가가 법원에서 억울함을 풀게 되었다.
김민규(27) 삼디몰 대표는 '3D 프린트 프레임 및 부품 판매 시장'에 뛰어들어 지속적인 성장을 해온 대표적인 청년 기업가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한국제품안전협회가 김 대표가 '안전 확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 고발을 했고, 검찰은 김 대표에게 300만 원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 처분을 했다.
김 대표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온갖 찬사가 이어졌다. 김 대표는 창업진흥원의 대한민국 창업리그 전국예선에서 상을 받았고, 모교인 상명대학교에서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창업 후 시련이 몰려왔다. 이 사건 전에도 각종 사전규제 정책으로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었다. 청년기업가에서 전과자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민변 민생위원회와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법률지원단(단장 한경수 변호사)'에서 이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판단했고, 그 결과 공익 소송으로 지정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 재판의 쟁점은 간단하다. 구 전기용품안전관리법(현행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은 안전확인 신고를 해야 할 정보·통신·사무기기 등을 시행규칙 별표에서 규정하고 있다. 별표에서 규정하고 있는 '프린터'에 '3D 프린터'가 포함되는지, 소비자가 직접 부품을 사서 조립하는 경우에도 안전확인 신고를 하여야 하는지 여부였다. 김민규 대표는 완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부품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삼디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3D프린터의 부품 모두에 대해 안전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과 국가기술표준원은 삼디몰의 부품을 활용해 고객들이 조립(DIY)하는 경우에도 삼디몰이 각 완제품에 대해서도 안전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의 조립행위에 대한 책임을 판매자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25일 인천지방법원 형사4부 선고 공판에서 프린터와 3D프린터를 별개의 기기로 봐야 한다며 "현행법상으론 처벌할 수 없다"며 김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조립 여부와 무관하게 "3D프린트를 '프린트와 유사한 기기'로 해석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한 해석한 결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김민규 대표는 “대학생 신분으로 창업을 한 이후 사업에만 매진해도 힘겨운 시기인데, 재판까지 신경 써야 해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극심했다. 시대에 맞지 않은 낡은 규제로 청년 창업가의 발목을 잡는 일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론을 맡아왔던 한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위민, 스타트업법률지원단장)는 "재판부가 김민규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앞으로는 행정기관이 무분별하게 행정규제를 확대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해서 청년들의 창업을 사실상 가로막는 관행이 개선되기를 바란다"라며 이 사건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판결은 단순히 한 청년의 억울함을 해결하는 판결이 아니다. 지금도 창업 시장에 뛰어든 수많은 청년들은 기성업체의 방해와 정부의 사전규제로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과자로 전락하는가 하면, 사업 자체가 파산해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향후 정부가 창업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재판이 아니라 정부에서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끝으로 이 소송은 '아름다운 재단 변화의 시나리오'에서 후원을 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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