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5일 "저도 국정을 수행함에 있어서 업무 하나하나에 공정 사회 기준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것은 사회 지도자급, 특히 기득권자가 지켜야 할 기준이지만 아마도 기득권자에게는 매우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그럼에도 불구 공정한 사회를 만듦으로써 한단계 격이 높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에게 먼저 공정한 사회를 요구할 순 없다"
최근의 인사파동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혜 의혹 등과 맞물려 자신이 제기한 '공정한 사회'라는 화두가 오히려 조소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총리 이하 국무위원 임명 과정에서 공정 사회에 맞지 않는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에 책임이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픔을 무릅쓰고 인사추천을 취소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외교장관의 문제가 또 생겼는데 보통 때 같으면 오래된 관습이라며 통과될 수 있는 문제인지도 모르지만, 공정 사회를 기준으로 보면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지난 정권들과의 차별성을 유독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과거 정권이 창출될 때마다 선거자금이 문제가 됐는데 이번 정권은 그로부터 자유로운 유일한 정권"이라며 "우리 정권에서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소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권하에서 대한민국이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고, 매우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게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하기에 앞서 공직사회, 권력 가진 자, 힘 가진 자, 잘 사는 사람이 공정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먼저 공정 사회를 요구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해 8.8 개각으로 입각한 신임 장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만찬에서도 "내가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려고 하는데 여러분들도 그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공정한 사회 구현에 힘써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두언 "'공정한 사회', 오히려 현 정부의 굴레로 작용"
한편 이 대통령이 연일 '공정한 사회'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인사파동과 유명관 장관 논란에서 확인한 것처럼 오히려 정권에 대한 비난 여론을 증폭시키는 한편 야권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글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께서 8.15 경축사에서 주창하신 '공정한 사회 실현'은 분명 시의적으로 적절하다"면서도 "그런데 이것이 내각 인사청문회를 거쳐 유명환 사태에 이르면서 오히려 현 정부의 굴레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실제로 야당은 향후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잣대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정부·여당을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 의원은 "늘상 그렇듯이 어떠한 개혁도 철저한 자기개혁부터 시작해야 실패하지 않는다"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공정한 사회를 위한 개혁은 우리 주변의 불공정함을 시정하면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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