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2013년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 그리고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내부고발자 증언이 나왔다. 매일 댓글 공작 관련 내용을 이들에게 보고했다는 것. 30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KBS본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 사실을 폭로한 사람은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에서 총괄계획과장을 했던 김기현 전 과장. 20015년 12월 정년퇴임한 김 전 과장은 본인이 직접 댓글공작에 가담했다고 고백했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를 비롯해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에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매일 아침 7시 청와대 '온라인 보고' 체계로 '댓글공작' 보고했다"
김 전 과장에 따르면 530심리전단 대원들은 국방, 안보 분야뿐 아니라 국내 이슈 전반에 걸쳐 불법적인 댓글공작을 날마다 수행했다. 이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고 호도한 것.
이런 내용은 매일 청와대와 국방장관 등에게 보고됐다. 김 전 과장에 따르면 530심리전단이 수행한 댓글공작의 결과를 A4 1장짜리로 요약해 매일 아침 청와대와 국방장관, 합참의장, 국방부 정책실장 등에 보고됐다.
특히 청와대의 경우 530단과 청와대 사이 내부 '온라인 보고' 체계로 날마다 아침 7시께 보고서가 전송됐다. 수신처는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이었다.
김 전 과장의 폭로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김 전 과장에 의하면 530심리전단 내부에서는 통상적으로 이 보고서를 유형별로 A형, B형, C형으로 분류했다. A형 보고서는 밤사이 댓글공작 결과를 요약한 보고서로 정식 명칭은 ‘대응 작전 결과 보고서’다. C형 보고서는 온라인 동향을 정리한 보고서, B형 보고서는 C형을 요약한 보고서다.
분량은 A형 = 1~2장, B형 = 3~4장 , C형 = 9~10장이다.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에는 온라인 보고 형태로 A+B+C가 모두 보고된다. 국방장관·합참의장·국방부 정책실장에게는 A+B형 보고서가 (검은색 서류가방인) '블랙북'에 담겨 매일 아침 올라가고 각 급 본부장 등에게는 C형 보고서만 전달된다.
KBS본부 측은 "청와대가 국정원이나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그동안 제기돼 왔으나 구체적 보고 수신처가 실명의 내부고발자 폭로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KBS보도국장단,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방송 거부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보도내용을 KBS보도국장단에서 방송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KBS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로를 취재한 KBS기자는 8월 초 이번 사안을 뉴스에 방송해줄 것을 KBS보도국장단에 요청했으나 보도국장단(보도국장과 주간단)은 △폭로자의 고발 내용이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폭로를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다며 방송을 거부했다.
또한 폭로자가 지난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안보특보'로 선거운동했던 경력을 문제삼았다. 보도국장단은 이번 보도가 방송될 경우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에서 문제삼을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폭로자인 김 씨는 1983년 군무원 공채에 합격한 뒤 30년 넘도록 군 정보 분야에서만 일해 온 전문가다. 2010년 군 사이버사령부가 창설할 때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에 임명된 김 씨는 군무원 가운데 가장 직급이 높아 단장이 부재시 단장 직무대행을 하는 등 사실상 부단장 역할을 수행했다. 총괄계획과장은 530단의 인사와 예산, 보안 등 각종 업무를 총괄한다.
그런 김 씨의 증언에 보강 증거를 가져오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인 셈이다. KBS본부는 이러한 보도국장단의 논리가 저널리즘의 가치를 저버린 행태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김 전 과장의 폭로는 △그가 댓글부대 530심리전단의 사실상 부단장이었다는 점 △폭로의 구체성과 일관성이 있다는 점 △정보당국 내부고발자의 특성상 물증을 제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김 씨 스스로가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 △조속한 수사를 통해 자신의 진술이 맞는지 검증을 원한다는 점 등으로 볼 때 뉴스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며 "취재진이 만난 언론학 교수들도 보도국장단의 논리대로 반대하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보도를 안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언론의 사명을 하지 않은 직무유기에 가까운 태도라고 비판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보도거부가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KBS보도국 수뇌부의 이와 같은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정지환 당시 보도국장은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 측근이라고 장담할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2009년에도 당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거액의 후원을 받았다는 단독 보도를 두고 '눈에 보이는 증거를 가져오라'며 KBS보도국은 특종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KBS 노조, 다음 주부터 총파업
한편, KBS 양대 노조는 다음 주부터 총파업에 나선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오는 4일 오전 0시를 기해 고대영 사장·이인호 이사장의 퇴진과 공정방송 사수 등을 내걸고 총파업에 나선다. 노조의 다른 축인 KBS노동조합도 7일부터 전면 파업에 나선다.
앞서 28일부터 KBS 기자들은 제작거부에 나섰고 뉴스·시사프로그램들은 줄줄이 결방이나 축소 방송 사태를 맞았다. 이날 오전 7시부터는 KBS PD협회 소속 PD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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