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후보자가 20-30대에게 꿈을 준다고?"
조 의원은 24-25일 이틀간 진행된 김태호 후보자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농협과 경남은행을 통해 10억 원을 대출 받아 정치자금으로 쓴 사실을 폭로했다. 조순형 의원은 김 후보자가 정치자금의 대출을 금하고 있는 은행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본인이 아니라 부친이 6억 원, 당시 경남도 정무부지사였던 안상근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이 4억 원을 대출 받았다면서 본인이 직접 은행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런 김 후보자의 해명에 조 의원은 재산이 1억 원대라고 신고한 김 후보자의 부친이 아무런 담보 없이 6억 원이라는 거액을 대출 받았다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도지사의 지위를 이용해 은행에서 쉽게 대출을 받아 선거를 치르고 그 돈을 국고에서 보조 받아 상환했다"며 "이런 후보자가 단돈 1000만 원도 대출받지 못해 고통받는 20∼30대에게 무슨 꿈을 줄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 8.8개각 인사청문회에서 돋보이는 질의를 한 의원 중 하나로 꼽히는 조순형 의원(가운데) ⓒ연합 |
더욱이 부친이 6억 원을 대출받았다는 김 후보자의 말이 나중에 본인 명의로 3억 원, 부친 명의로 3억 원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나 '거짓말'로 밝혀지면서 '10억 정치자금 대출'은 김 후보자의 부도덕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폭로한 도청직원을 가사도우미와 부인 운전수로 활용한 일과 함께 대중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조 의원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은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 대표도 인정했다. 박 대표는 26일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조순형, 강기갑 의원이 이번에 잘했다"며 민주당 청문위원 4명에게도 '영광은 강기갑, 조순형에게 드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태호 청문회 뿐 아니라 신재민 문화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조 의원은 혁혁한 공을 세웠다. 상임위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인 조 의원은 24일 오전에는 김태호 청문회, 오후에는 신재민 청문회, '두탕'을 뛰는 열의를 보였다. 조 의원은 신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관련해 "대통령과 정부를 위해서도 누군가 사퇴하는 결단을 내려야 위장전입을 일소하는 계기가 된다"고 일갈했다. 이에 신 후보자는 "앞으로 제 잘못과 불찰을 인생의 교훈으로 삼겠다"고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70대 후반인 내 앞에서 기억을 더듬겠다고?"
조 의원은 김 후보자의 인준 표결이 예정된 27일 오전 인사청문특위에서도 김 후보자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조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오늘은 내 얘기를 좀 하자"며 "김 후보자는 50도 안된 분인데 (청문회에서) '기억이 안난다'고 하고 나중에 바꾸고 했다"며 "여러분도 제 나이 아시죠? 내가 70대 그것도 후반인데 나도 있는데서 '기억을 더듬어야겠다'고 했다"고 김 후보자의 청문회 답변 태도에 대해 꼬집었다. 조 의원의 이런 발언에 여야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특위자리에서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조 의원은 1935년 생이다.
조 의원은 "나도 기억을 좀 더듬고 해야겠다"며 "연령으로 봐서는 내가 기억을 더 잘 더듬는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어 "김 후보자가 세대교체를 한다고 들어온 것인데 그러면 젊은 사람답게 저보다 더 명쾌하게 답변해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 국민이 '40대 지도자는 다르구나' 그럴텐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고 청문회를 통해 '젊은 서민 총리'라는 김 후보자의 컨셉이 망가졌음을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어 "어젯밤 10시에 의원실로 심사경과보고서가 왔는데 그 분량이 279페이지나 된다"며 "이런 것만 봐도 김태호 후보자가 얼마나 의혹과 문제가 많은지 느낀다. 이게 무슨 대하소설이라도 되면 재미있게 읽겠는데…한번 보기라도 할 기회를 달라"며 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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