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더불어 '라틴아메리카 좌파'의 대표적 인물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26일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매장량 세계 1위인 리튬을 비롯해 풍부한 부존자원을 지닌 볼리비아는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로 상당히 공을 들이는 나라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세 차례나 볼리비아를 방문했을 정도다.
인디오 출신으로 재선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도 양복 정장을 입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도 전통 의상을 입고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모랄레스 대통령은 우리 정부로부터 3억 달러에 가까운 유무상 원조를 얻어내는 대신 리튬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단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내용은 비공개로 하는 등 대기업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 뺨치는 '비지니스 마인드'를 과시했다.
"석유가 시냇물처럼 흐른다. 한국이 투자해라"
이날 모랄레스 대통령은 "볼리비아는 몇백년 동안 핍박 받고 수탈 받았지만 대지는 천연자원으로 넘쳐흐르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나라로부터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동쪽의 밀림 지역은 석유가 시냇물 처럼 흐르는 곳이다", "산타크루즈 동쪽 지역은 철강이 넘치는 곳이다"고 구체적 자원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의 투자를 적극 제안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좋은 자원도 땅 속에 있으면 가치가 없다. 땅 위로 와야 가치가 있다"고 응수하면서 "모랄레스 대통령께서 볼리비아 국민을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양국은 대통령들이 임석한 가운데 외교관·관용·공무 여권 사증면제협정, 대외경제협력기금 기본 약정, 우유니 소금광산의 증발자원 산업화 연구개발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 체결로 인한 구체적인 성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희정 대변인은 "볼리비아 지하자원에 다른 나라들도 관심이 많고 해서 볼리비아 측의 요청으로 내용을 공개 못 한다"고만 답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2006년 1월 이미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과 천연가스 개발 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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