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정 의원이 외쳤던 '역동적 복지국가'는 엄밀하게 말해 레토릭에 불과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정 의원이 '역동적 복지국가'를 구현할 재원 마련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진일보했다고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정 의원이 과연 흔들림 없이 '사회복지뷰유세'의 신설을 주장할 수 있을 지 여부와 '사회복지부유세'가 조세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가장 적합한 세금인가 하는 점이다.
나는 정동영이 2007년 겨울 한 일을 알고 있다
그리 먼 옛날 일도 아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로 나선 정동영 의원이 대선이 임박하자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의 경우 양도세 뿐 아니라 종부세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던 것이. 종부세에 대한 입장변경은 없다고 기염을 토하던 정 의원이 태도를 바꾼 것은 선거가 몇 일 남지 않은 12월 초였다. 정 의원이 1주택 장기보유자들의 표를 의식한 때문이었다. 참여정부가 이룬 소중한 성취이자 대한민국 조세역사의 신기원이라 할 종부세를 표와 바꿀 생각을 정 의원이 한 것이다.
▲ 정동영 민주당 의원 ⓒ프레시안 자료 사진 |
정 의원은 종부세 납부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고령자 등에 대한 종부세 납부유예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공약에서 멈추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전이 임박하자 가치나 원칙보다 실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부유세'라고 해서 종부세와 다를까? 더구나 '사회복지부유세'는 과세규모와 1인당 부담율-2008년 말 기준 종부세 과세 대상자는 41만 명이고 부과금액은 2조8803억 원인데 비해 정 의원이 주장하는 '사회복지부유세'는 약 10조 원을 5만 명에게 분담시킬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1인당 평균 2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이 종부세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복지부유세'의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 될 경우 정 의원이 종부세의 완화를 주장할 때와는 달리 뚝심을 발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머지 않아 정 의원의 진정성이 검증받을 기회가 올 것이다.
부유세 도입에 앞서 토지보유세 현실화를
흔히 공평의 원칙, 경제상의 원칙, 세무행정상의 원칙을 좋은 세금과 나쁜 세금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세금이 공평하게 과세되어야 한다는 공평의 원칙에는 편익원칙(benefit principle)-정부나 사회로부터 받은 서비스에 비례해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원칙-과 능력원칙(ability-to-pay principle)-납세자가 가진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부담을 지우는 원칙-이 있다. 또한 경제성의 원칙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며, 세무행정상의 원칙은 납세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징수도 편리하며 부정부패의 개연성도 적은 세제를 지향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세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사회복지부유세'를 판단해 보면 공평의 원칙 가운데 능력원칙은 일응 충족시키는 것으로 보이나, 서구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경제성의 원칙과는 상충되는 것으로 판단되고, 세원 포착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세무행정상의 원칙도 그리 충족시키는 것 같지는 않다. 세 가지 원칙을 거의 완전히 충족시키는 토지보유세와 비교해 보면 '사회복지부유세'의 한계가 또렷하게 보인다. '사회복지부유세'도입도 좋지만 그 보다는 토지 보유세를 현실화하는 것이 더 긴절하지 않을까 싶다.
역동적 복지국가를 표방하면서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화하려는 정 의원의 태도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증세카드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꺼내야 한다. 설익은 증세카드는 사익추구세력의 맹공을 견딜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칫 역동적 복지국가의 실현가능성을 회의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해 정 의원이 더 넓고 더 깊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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