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9월,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여행작가)는 제60강으로 전북 고창 선운산과 고창읍성으로 떠납니다. 고창의 선운산(336m)은 거대한 배입니다. 능선의 ‘배맨바위’란 이름이 알려주듯, 예전에는 인천강을 따라 선운사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습니다. 이 배의 선장은 도솔천의 미륵불이며 중생들과 함께 불도를 닦으며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미륵불은 도솔암 바위에 새겨져 있지만, 때가 되면 돌을 깨뜨리고 나와 부처의 바다로 중생을 인도할 것입니다.
선운산은 낮지만 품이 깊고 둥글둥글한 바위들이 어울려 풍광이 빼어납니다. 봄 동백, 초가을 꽃무릇, 가을 단풍, 겨울 설경 등 변화무쌍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불교의 미륵신앙이 결합해 독특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데요. 특히 붉은 꽃무릇 가득한 선운산은 비교적 인적이 뜸해 호젓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진우석 교장선생님은 저명한 여행가이자 여행작가이십니다. 스스로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라 하며 ‘걷기 달인’, ‘길의 탐미주의자’로 통합니다. 히말라야, 카라코람, 알프스, 백두대간 등 국내외 굵직한 트레일을 걸었으며, <서울신문>에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 연재를 시작으로 국내외 ‘날 것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으로 있으며, 삼성SERICEO‧여행작가학교 등에서 여행강사로 활동합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9월, 초가을에 걷는 길, <고창 선운산과 고창읍성>에 대해 들어봅니다.
서정주와 송창식이 예찬한 선운사
선운산은 선운사 동백꽃으로 유명하다. 일찍이 미당 서정주가 시 <선운산 동구>에서 시든 동백의 안타까운 몸짓을 막걸리집 여자에게 절묘하게 투영시켰고, 최영미 시인은 <선운사에서>란 시에서 “꽃은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라며 이별의 아픔을 애틋한 감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게다가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하는 송창식의 감미로운 노래 <선운사>는 선운사 동백꽃을 널리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선운사는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절이다. 동백꽃 피는 봄철, 시원한 여름철, 가을철 꽃무릇과 단풍, 겨울철 설경. 특히 선운사 담벼락을 따라 이어진 도솔계곡에 반영된 오묘한 꽃무릇과 단풍 빛깔은 어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진풍경을 연출한다.
도솔계곡을 따라 도솔암 마애불을 찍고 낙조대와 천마봉을 거쳐 도솔암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전설과 역사가 어우러진 선운산 최고의 산행길이다. 주차장에서 천마봉까지 약 4.7㎞, 2시간 30분쯤 걸린다.
주차장에서 진입로를 따르면 ‘도솔산 선운사’라고 써진 일주문에 닿는다. 도솔산(兜率山)은 선운산의 옛 이름으로 미륵불이 사는 정토를 말한다. 선운사는 호남 미륵신앙의 중심 도량이었다. 선운은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멋진 말이지만, 도솔이란 이름을 알아야 선운산의 깊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오른쪽에 자리한 부도밭의 백파선사 비석을 구경하는 것이 순서다. 비석은 2006년 선운사박물관으로 옮겼기에 모조 비석으로 만족해야 한다. 비석 뒷면에는 “가난하여 송곳을 꽂을 땅도 없었으나 그 기운은 수미산을 덮을 만하도다...”는 추사의 붓글씨가 새겨져 있다.
길은 도솔계곡과 절의 담장 사이로 이어지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충만하다. 계곡의 꽃무릇들이 계곡물에 비춰 일렁거리는 그림자는 오묘하기 그지없다. 황홀한 길은 절의 사천왕문 앞인 극락교까지 이어진다.
선운사를 둘러보고 다시 계곡을 따르면 왼쪽으로 널찍한 차밭이 펼쳐지고 길은 젖먹이처럼 산의 속살을 파고든다. 도솔암까지는 거의 평지에 가까워 옆 사람과 나란히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기에 좋다.
진흥왕이 말년에 왕위를 버리고 수행했다는 진흥굴과 600년쯤 묵은 소나무 장사송(長沙松.천연기념물 제354호)을 지나면 도솔암이다. 이곳의 명물은 크기가 15m에 이르는 거대한 미륵상 마애불이다. 미륵불은 석가모니 이후에 중생을 구제할 미래의 부처를 말한다.
도솔암 마애불 배꼽에 숨겨진 비결
불상의 배꼽에는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선사가 봉해놓은 신비스러운 비결이 하나 숨겨져 있는데, 그것이 세상에 출현하는 날에는 한양이 망한다는 흥미로운 전설이 내려온다.
또한 그곳에는 그 비결과 함께 벼락살을 동봉해 놓았기 때문에 누구든지 그 비결을 꺼내려고 손을 대면 벼락을 맞아 죽는다고 했다. 실제로 전라감사 이서구가 그것을 꺼내다가 벼락이 쳐 도로 봉해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 후 세상 사람들은 미륵불의 전설을 철석같이 믿게 되었다. 하지만 비결은 1893년 가을 동학접주 손화중에 의해 꺼내지고, 다음 해에 동학농민혁명의 불길이 전라도를 휩쓸게 된다. 비결의 개봉이 세상을 개벽하려는 농민들의 의식을 깨우는 데 일조했던 것이다.
마애불을 지나 용문굴을 통과하면 낙조대가 나오는데, 드라마 <대장금>의 최상궁이 자살했던 바위라는 팻말이 서 있다. 낙조대에 서니 과연 아스라이 서해가 펼쳐진다.
낙조대에서 천마봉은 지척이다. 천마봉에서 내려다본 마애불과 도솔암, 그리고 도솔계곡의 울긋불긋한 풍경은 선운산의 제1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험상궂었던 마애불이 장난감처럼 작고 귀엽게 보이고, 그 머리 위에는 내원궁이란 작은 암자가 자리잡고 있다. 즉, 내원궁은 도솔천의 천상세계를 상징하고 마애불은 미륵하생의 지상낙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산은 도솔암으로 직접 내려서는 길을 따른다. 나무계단을 따라 줄곧 마애불을 바라보며 내려오면 다시 도솔암이다. 이제 느긋하게 선운사로 가는 길, 도솔계곡에 가을이 깊어간다.
고창읍성
조선 단종 원년(1453) 외침을 막기 위해 축성한 자연석 성곽으로 둘레 1,684m, 면적 18만 9,764㎡다. 백제 때 이곳 지명인 모양현에서 유래하여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불린다. 매년 윤달에 아낙네들이 돌을 머리에 이고 성밟기 행사를 해오고 있다.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의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 돌면 저승길이 환히 트여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두발로학교가 9월 16일(토) 걷는 제60강 <고창 선운산과 고창읍성>의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07:00 서울 출발(0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6번 출구의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두발로학교> 버스(온누리여행사)에 탑승바랍니다. 아침식사로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제60강 여는 모임
-고창읍성 도착
-고창읍성 산책
-점심식사 겸 뒤풀이
-선운산 이동
-선운산 트레킹(선운사-마애불-낙조대-천마봉-선운사 4.7㎞)
-서울 향발. 제60강 마무리모임
19:30 서울 도착(예정)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가 축소‧변경될 수 있습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 풀숲에선 반드시 긴 바지), 스틱, 모자, 선글라스, 윈드재킷, 식수, 간식, 우비, 여벌옷, 자외선차단제,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함).
▷참가신청 하신 후 참가비를 완납하시면 참가접수가 완료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
▷두발로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두발로학교를 여는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의 시대입니다. 여기저기 걷기 코스의 명소들이 생겨나고 <걷기 동호회>도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들도 고유의 <길>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한동안 잊었던 <걷기의 가치>를 되살리고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즐거움과 건강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직립보행(直立步行) 이후 걷기를 멈춘 적은 없습니다. 최소한 집안이나 사무실에서도 걸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걷기가 새삼스럽게 각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성경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길을 본받는데, 길은 스스로 그러함(자연)을 본받는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길>에서 이처럼 종교적 진리나 철학적 깨달음 같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길을 걸으면서 내면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루소는 <고백록>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고 말했습니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고 합니다. 경치를 구경하며 생각할 수 있고, 미지(未知)의 것을 기지(旣知)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레베카 솔닛의 저서 <걷기의 역사>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의사가 둘 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말이다. 몸과 마음이 고장 날 때 나는 이 의사들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다시 건강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경제적이고 신체에 부담이 적은 운동을 택한 것이 <걷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속도와 능률이 지배하는 세상에, 목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걷기를 통해 느림의 미학으로서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사람마다 걷기를 통해 찾고자 하는 의미와 기쁨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 함께 찾으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 <새로운 경관> <자연을 즐기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의 세 가지가 아닐까요.
<두발로학교>는 <아름다운 길 걷기> 전문학교입니다. <두발로학교>에서 세 마리 ‘토끼몰이’를 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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