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증세 없이 '저복지' 체제에서 '중복지' 체제로 갈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고, 한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21일 국회에서는 사단법인 코리아컨센서스연구원(KCI)이 주최하고 <프레시안>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공동 후원한 '문재인 정부 100일 주요 정책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경제·일자리 분야 발제에 나선 주상영 건국대학교 교수(경제학)는 현재의 '저부담-저복지' 체제에서 지속 가능한 '중부담-중복지' 체제로 가려면 장기적으로는 증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에 필요한 재원 178조 원을 '세수 자연증가분', '지출 절감' 등만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상영 교수는 "세수 자연증가분이 있다면, 지출에도 자연증가분이 있기 때문에 지출 축소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복지 의무 지출은 매년 자동적으로 5%씩 증가한다.
'더 내고, 더 받는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라도 증세는 필요하다. 주상영 교수는 "새 정부에서 적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1.5% 이상의 증세가 필요한 것은 숫자상의 재정 건전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는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허들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평가한 한홍렬 한양대학교 교수(경제학)은 "현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 사회서비스의 강화를 주요 축으로 삼은 것은 적절한 방향 설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사회서비스 역시 고용과 부가 가치를 창출해내는 산업으로서 산업 정책적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의료 등 '공공 사회서비스 영리화'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논쟁적인 대목이다.
북한의 '합리적 도발' 인정하고 예측해야'
외교·안보·통일 정책 발제에 나선 이정철 숭실대학교 교수(정치학)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기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등 전반적인 정책 자율성을 제약하는 사항이 나왔다"며 "강경한 외교 레토릭과 베를린 선언류의 대북 제안이 지그재그식으로 배치되는 경향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이정철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지난 9년간 북한에 대한 세 가지 인식론적 오류를 전제해 대북 정책에서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첫째 북한 정권의 비합리성, 둘째, 북한 도발의 예측 불가능성, 셋째, 전제 정권의 붕괴를 전제로 하는 낙관론(북한 붕괴론)이다.
문재인 정부는 '전략적 인내'의 종언을 계기로 대북 정책을 성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의 비합리성은 '합리적인 비합리성'으로, 예측 불가능성은 '예측 가능한 예측 불가능성'으로, 북한 붕괴론은 '전제 정치의 탄력성'으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북한의 합리적 도발 행태를 이해하고 대비할 수 있는 예측 프레임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탈핵 정책, 이제 시작일 뿐"
환경·에너지 정책에 대해 발제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탈핵이라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목표 달성 연도를 못박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유진 연구기획위원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내년부터는 탈핵 로드맵, 사용 후 핵연로 공론화, 3차 국가에너지 기본 계획 수립, 2019년까지 전기요금 체제 로드맵 마련 등의 과제가 남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각론에서는 신고리 5, 6호기 중단과 관련해 이유진 연구기획위원은 "공론화 전에 신고리 핵발전소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과 충분히 대화하지 않아서 주민과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의 발발이 셌다는 점은 아쉬웠다. 에너지 전환을 지역 전환, 노동 전환으로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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