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는 특검제를 도입하잔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내뱉은 '노무현 차명계좌'의 존재 여부를 가리기 위해 특검제를 도입하잔다. 보수언론은 재수사가 이뤄질지도 모른단다.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이 조현오 후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다보면 전면 재수사로 이어질지도 모른단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당찮은 얘기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특검제 논란이 일 때마다 한나라당이 입에 달다시피 한 논리가 있다. 특검제 도입은 검찰 수사가 끝난 후에나 검토할 일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검찰은 명예훼손 고소사건에 대해 손도 대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검사 출신인 그 당의 홍준표 최고위원이 상투어를 뒤집고 이치를 뒤집는 주장을 마구잡이로 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이다. 특검 수사든 전면 재수사든 그건 처벌(기소)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는 건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세상에 없다. 수사를 해봤자 결과를 내놓을 수 없고, 그래서 수사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물론 한 가지 단서를 달 건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이 주장한 특검제가 '노무현 수사'가 아니라 '조현오 수사'를 명분 삼는 것이기에 대상이 없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자는, 쓸 데 없는 소리라는 말은 할 수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뉴시스 |
이치가 이렇다면 결론은 이미 난 것이나 진배없다. 조현오 후보자가 그러지 않았는가. '노무현 차명계좌'는 주간지(또는 인터넷 언론)에서 본 걸 옮겨 말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 않은가. 그의 근거는 '인용문' 이었다. 물증이 될 수도 없고,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사유'가 되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혹여 모른다. <중앙일보>가 전망한 것처럼 조현오 후보자가 "경찰 내부 정보나 첩보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용없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주간지와 같은 공적매체를 인용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사실 확인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상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 판에 경찰 내부 정보나 첩보와 같은 비공식 경로를 앞세울 수는 없다.
청문회로 족하다. '노무현 수사'를 담당했던 당시 대검 중수부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차명계좌는 없었다"고 말하고 있는 판이니 청문회장에서 조현오 후보자가 내놓는 입증 사례만 살펴도 그의 발언의 허위성과 명예훼손 여부는 충분히 가릴 수 있다. 그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강력한 물증을 제시하지 않는 한 청문회장에서 얼마든지 감별할 수 있다. 나아가 명예훼손 고소사건 수사만으로도 얼마든지 판별할 수 있다. 닭 잡는 칼로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소 잡는 칼을 들 사안은 따로 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박연차 돈 수수의혹 사건'이다. 이미 여러 보도가 나왔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김태호 후보자에게 전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을 받은 뉴욕 한인식당 업주 곽현규 씨가 개각 발표 전 날 이후 자취를 감췄다는 보도가 있었고, 검찰이 곽현규 씨로부터 돈을 건네받아 김태호 후보자에게 전달한 뉴욕 한인식당의 여종업원을 조사도 하지 않고 무혐의 처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검찰 수사가 종료된 사건에 대한 의혹이 이처럼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 대상은 총리가 돼 국정을 관장하겠다고 준비하고 있다. 헌데 한계가 뚜렷하다. 수사권이 없는 야당 의원들이 청문회장에서 가려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검찰이 전면 재수사를 해서든, 아니면 특검제를 도입해서든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털고 가야 하는 사안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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