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이날 "공권력이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참으로 나쁜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전문가들도 '황당한 발상'이라는 반응이다. 위장전입과 관련된 법률이 엄연히 있는데 공직자에 대해서만 암묵적 인정 기준을 완화해주는 사회적 합의는 여당이 나서 '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위장전입"으로 난감한 한나라 "시기, 정도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
▲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연합뉴스 |
현재 존재하고 있는 주민등록법상의 불법이라 하더라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피차 용납해줄 수 있는 수준을 정하자는 것이었다. 안 대변인의 위치 상 이런 주장은 사실상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의지라고 해석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유와 시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에서는 그간 이번 인사청문회 대상자의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한 것은 어느 정도 봐줄 수 있지 않냐'는 기류가 강했었다.
시기에 대해서는 2002년이 대세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우리 사회에서 위장전입 문제가 크게 논란이 된 것은 2002년 장상·장대환 총리 후보자가 모두 부동산 투기, 자녀 교육용 위장 전입 의혹으로 낙마한 이후부터"라며 "그 이후 위장전입한 사람은 고위 공직자가 될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도 거들었다. 심 의원은 "고위공직을 바라는 사람이 당시의 청문회와 그 결과를 보고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이후에 위장전입을 했다면 그것은 청맹과니라고 밖에 할 수 없다"며 역시 2002년 이전의 위장전입은 눈감아 주자고 말했다.
민주 "위장전입 고위공직자는 사퇴하는 것이 이미 있는 사회적 합의다"
여당 시절 여러 후보자들이 위장전입 등으로 낙마했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은 기가 찬다는 표정이다. 박지원 대표는 "참으로 나쁜 발상"이라며 "만약 이명박 정부 고위공직자가 교육 때문에 위장전입한 것은 괜찮다고 하면 과거에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처벌된 모든 국민은 사면복권하고 국가에서 스스로 손해배상을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사회적 합의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며 "그것은 위장전입은 명백히 불법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위장전입을 자행한 고위공직자 후보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이며 더 이상의 위장전입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이번 고위공직자 후보에 대한 사회적 합의임을 정부 여당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현희 대변인은 지난 2005년 3월 당시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했던 "위장전입 등을 알고도 했다면 청와대부터 불법과 부정의 인사를 몰아 부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평을 다시 낭독하기도 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화려한 위장전입 전력을 자랑하는 개각 후보자들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돌리고, 청문회 대상자들의 큰 범법행위를 가리기 위한 물타기용이자 쟁점 전환 시도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우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부도난 개각을 구출하고 위장전입자들을 장관으로 앉히려 '사회적 합의'라는 동아줄을 잡으려 한다"며 "하지만 이는 이미 썩은 동아줄"이라고 주장했다.
"법 개정이 아닌 '사회적 합의' 운운의 목적은 자신들의 속내 은폐하려는 것"
전문가들도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고위공직자가 법을 위반하면서 그 법 위반을 일정한 목적과 일정한 기간에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얘기하는 것은 공직자 스스로 법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한 마디로 반 법치의 극단"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기존에 있는 법이 문제가 있다면 고치면 되는 것인데 '사회적 합의' 운운하는 여당의 태도는 "법개정을 시도할 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속내를 은폐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 한 교수의 지적이다. 때문에 박지원 대표는 외려 여당을 향해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정부여당에서 내라"고 역공을 하기도 했다.
특히 2002년이라는 특수한 시점을 내놓은 여당 내 일부의 의견에 대해서도 한 교수는 말이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 교수는 "특정 시점 이후만 문제 삼자는 것은 공소시효를 명시한 법리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어차피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의 경우 처벌의 대상에는 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정 시점을 거론하는 것은 여론의 반감을 상쇄해보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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