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KBS <추적60분> 사태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KBS 소속 일부 기자가 경영진을 비호하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방위 소속 8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17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KBS <추적60분> 제작진이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이른바 '막말 동영상'을 지난 6월 입수했으나 제작국장의 반대로 보도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공개됐다"며 "우리는 조 내정자 막말 동영상 축소 보도가 일개 간부의 판단만이 아닌 이명박 정부 들어 심화된 정권 눈치보기, 정권 홍보 방송 행태의 연장선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사태에 경영진이 개입했을 정황이 있다는 것. 이들은 이번 사건의 전말을 공개했던 <추적60분> 팀을 언급하며 "우리는 사실을 알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KBS 일선 PD, 기자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이들의 요구와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은 이내 소란스러워졌다. 민주당 의원들의 성명을 듣고 있던 KBS 소속 모 기자가 갑자기 일어나서 강하게 항의하고 "마치 경영진이 개입됐다는 것처럼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했는데, 전후 관계를 살피고 성명을 내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경영진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주장한 것이다.
이 기자는 "저는 KBS 조직원으로서, (민주당 의원들이) 함부로 (정권 눈치를 살핀다고)매도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고 본다"며 "경영진이 개입됐다고 호도하지 말라. KBS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 KBS는 그런 조직이 아니다"고 서갑원 의원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간혹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다른 몇몇 KBS 기자들도 항의에 동참했다.
이 기자는 "그런 말씀(성명을) 할 때는 전후 관계를 확실해 보고 하라. 이번 일은 9시 뉴스와 추적60분, 즉 데일리 뉴스팀과 추적60분 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이어 기자회견장 밖 복도까지 나와서 "서갑원 선배, 그 내용을 충분히 모르지 않느냐. 내부 사정도 모르면서... 경영진이 (보도를) 못하게 한것이 맞다고 할 수 있느냐"며 "국민들이 (민주당의 성명을) 보면 'KBS 이 놈들은 특종을 한 조직인데...'(정권 눈치 봐서 보도를 못한 조직으로 보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서갑원 의원은 "우리는 언론 보도들과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어떤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항의한 기자는 과거 이병순 전 사장 시절 이 전 사장의 측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장은 'KBS 낙하산 사장'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국회에 출입중인 이 기자는 이병순 당시 사장이 국회 상임위에 출석할 때 '경호'를 자처하고 카메라 기자들을 제지하는 등 '튀는' 행위로 KBS 내부에서도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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