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외교 장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계기로 조우했다. 양측은 이 접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입장 차를 확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현지 시각)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RF 환영 만찬 당시 대기실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악수한 뒤 이같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강 장관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후속 조치는 회담 제안에 북한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조속한 호응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리 외무상은 잠시 머뭇거린 뒤 남한의 제안에 "진정성이 결여돼있다"며 "남측이 미국과 공조해 압박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에 강 장관은 베를린 구상에 대한 진정성을 재차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공식적인 회담이나 만남은 아니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양국의 고위 당국자가 직접 접촉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짧은 접촉이었지만 베를린 구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면서 군사회담과 남북 이산가족 접촉을 위한 적십자 회담 역시 당분간은 성사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6일 리용호 외무상과 별도 회담을 가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북한에 더 이상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고 언급하는 한편, 대화를 시작해야 할 전환점이라고 밝히며 외교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왕 부장이 리 외무상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한반도 핵 문제 원칙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면서 "현재 위기가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동시에 결단을 내려 대화를 재개해야 할 전환점"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한미 양국이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고 촉구했다"며 "각국이 자제해야 하고 자국민과 지역 평화에 대해 책임있는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말해 6자회담 당사국들이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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